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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난항을 겪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 심의가 잇따라 지연되거나 유예되면서 통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인천공항 모습. /경인일보DB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난항을 겪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 심의가 잇따라 지연되거나 유예되면서 통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심사를 연기했다. 애초 미국은 연내 심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으로 독과점이 심화하는지와 미국 소비자 편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노선 합계 점유율은 2019년 기준 75%, 인천~뉴욕은 100%에 달한다.

두 기업이 합병했을 때 점유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한 곳이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 경쟁 당국의 심사 결과는 아직 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나라의 결정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미국이 심사 기간을 늘리면서 합병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英 유예 이어 美 결합심사 연기
자국기업에 미칠 영향 분석 측면


미국은 최근 자국 기업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자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번 경쟁 당국의 심사기간 연장도 자국 기업 등에 대한 영향을 더욱 세밀하게 파악해 결론을 내리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미국에 앞서 영국도 합병을 유예했다. 심사기간을 연장한 미국보다 더 부정적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영국 시장경쟁청은 두 기업이 런던~인천 노선을 운항하는 주요 항공사라는 점에서 합병으로 인해 소비자가 더 큰 비용을 낼 수 있다며 유예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영국은 대한항공에 추가 자료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미국 법무부는 추가 자료를 요청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영국이 더 부정적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중국, 일본, EU 등의 심사가 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연내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中·日·EU 남아 연내 성사 희박
대한항공 "향후 절차 적극 협조"


앞서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기업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공정위는 국제선 65개 노선 중 26개, 국내선 22개 가운데 14개 노선에 대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 노선 중 국제선 26개와 국내선 8개에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면 대한항공이 노선과 슬롯을 반납하도록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에서 기업 결합 심사 관련 내용을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 당국에서 요구하는 자료 요구와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으며, 향후 심사과정에도 적극 협조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