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7시께 수원 수일고등학교 정문에선 699명의 수험생들이 간직해온 꿈을 향해 한 발을 내딛었다. 어깨엔 가방을 메고 한 손엔 도시락을 든 수험생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진학을 희망하는 학과를 말할 땐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은 설렘과 희망으로 가득했다.
윤리교육과 진학을 꿈꾸는 우모(19) 학생은 "남들보다 수능 준비가 늦어 많이 떨린다. 국어 영역을 가장 어려워해 많이 노력했다. 노력한 만큼 점수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담담히 말했고, 유아교육과를 희망하는 숙지고 정채원(19) 학생은 "평소 아이들을 좋아해 가르치는 직업을 꿈꿔왔다. 수능을 잘 봐서 꼭 꿈을 이루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수험생 자녀를 수일고 정문까지 데려다준 부모들은 자녀와 헤어지기 전 포옹도 하고 "잘해"라는 마지막 응원도 전했다. 이후엔 자녀가 시험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안전하게 들어갔는지 확인한 뒤에서야 발길을 돌렸다. 1년 동안 수험생 자녀와 수험생활을 같이 해온 부모들이지만, 막상 자녀가 수능 시험을 치른다니 못 해준 기억만 떠올라 눈물을 흘리는 부모도 있었다.
재수생 딸을 둔 이정하(49)씨는 "딸이 언론정보학과에 가고 싶다며 재수를 택했다.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지난 일주일 동안은 밥도 따로 먹고 가족들 모두 집에서 마스크를 쓰며 생활했다"며 "혹시라도 탈이 날까봐 평소에 자주 먹는 반찬인 제육볶음, 소세지 등으로 도시락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수험생 제자를 위해 사탕을 사들고 아침 일찍 응원하러 온 선생님들도 있었다. 윤정섭(53) 동우여고 교감은 "코로나19 기간 응원문화가 사라졌다. 그래도 학생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어 나오게 됐다. 떨지 않고 최선을 다하길 바라며 모두 원하는 결과를 받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