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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우 작가
지난 8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완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데다 인플레이션의 고통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원을 민주당이 가져갔고 하원은 공화당의 신승이다. 1934년 이래 집권당이 중간선거에서 상원 의석을 늘리거나 유지한 것은 총 7차례에 불과하고, 하원 의석을 늘리거나 한 자릿수 내로 잃으며 패한 경우도 총 6차례에 그친다. 민주당은 이 어려운 일을 대패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선거에서 해낸 것이다.

지난 6월 미 연방대법원은 낙태를 불법화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반세기 동안 확립돼 온 낙태권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법관 3명을 강경 보수파로 임명한 것이 화근으로 작용했다. 이번 중간선거의 출구조사는 청년층과 여성이 낙태 불법화에 대한 반발로 공화당 심판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유권자의 32%가 최우선 사안으로 인플레이션(1위)을 꼽았지만 낙태권 이슈(2위)를 최우선으로 본 유권자도 27%나 됐다. 특히 18~29세는 44%가 낙태를 꼽아 트럼프의 유산을 향해 앞장서서 돌을 던졌다. 공화당을 찍었다는 응답이 35%에 그친 반면 민주당에는 63%를 몰아줬다. 여성 유권자는 8%포인트 더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45~64세에서 공화당이 10%포인트나 앞섰음을 고려하면 18~29세와 여성의 반 공화당 표가 얼마나 결정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美 연방대법원 '낙태불법화' 판결
18~29세 44% '최우선 이슈' 꼽아
노동시장 성평등 경제성장에 도움


미국의 20대는 물가 급등처럼 심각한 먹고사는 사안보다 여성의 주체적인 임신중지권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기성세대와 사뭇 다른 가치관과 인권의식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의 선택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으로 경제문제에 대처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 청년세대의 의도까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의 낙태권 투표는 명백히 경제성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및 고위직 진출과 경제성장 및 경영성과의 상관관계는 생각보다 크게 긍정적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여기에는 좌우도 따로 없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종종 노동자야 어찌 되든 아랑곳 않는 글로벌 투자·컨설팅 기업들로부터 노동자의 권익을 우선시하는 국제노동기구(ILO)까지 한목소리로 여성의 경제활동이 얼마나 경제와 기업에 이로운지 역설한다.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성별 경제 참여가 동등했을 때 세계경제는 2014~2025년 사이 최대 26%의 추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이는 대략 미국과 중국을 합친 것만큼의 규모이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노동시장 참여에서 성평등이 이뤄지면 14.4%의 경제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PwC는 OECD 국가들의 여성 노동시장 참여율이 스웨덴(80%)만큼 오르면 6조 달러 이상 GDP가 증가한다고 추정한다.

지난 중간선거 민주당 승리 결과는
여성 억누르는 정치세력에 맞선것


OECD의 분석에 따르면 북유럽 국가들의 지난 50여 년에서 여성 고용을 제거하면 다른 조건이 같다고 보았을 때 20여 년 전으로 1인당 GDP가 회귀한다. IMF나 OECD의 연구들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성평등 증진의 몫이 적지 않음을 지적한다. 여성과 남성이 같이 일할 때 전반적으로 상호 보완이 일어나 남성만 일할 때보다 추가 성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교육 수준은 생산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교육 수준이 높아진 여성을 활용해야 성장 동력을 강화할 수 있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 또한 대체로 경제와 기업에 이롭다. 긍정과 부정을 각기 보고하는 140개 연구를 종합해 분석한 C. Post 외(2015)에 따르면 이사회에 여성이 많을수록 수익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주식 및 주주 수익률의 변동 등으로 측정된 시장 성과의 측면을 보면 성평등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는 긍정적이고 반대의 경우엔 부정적이다.

여성이 노동시장에 머물 수 없게 하면 경제와 기업은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런데 만약 미국에서 트럼프 진영이 권력을 계속 거머쥐고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든다면, 여성은 사회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크게 위축되고 노동시장 참여에도 큰 걸림돌이 생기게 된다. 미국의 청년세대는 여성을 억누르는 정치세력에 맞섬으로써 이들이 경제와 기업을 해치지 못하도록 막아냈다. 결국 청년이 미국을 구했다.

/장제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