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대한민국, 일본, 카타르, 미국, 호주 등 7개국이 2022 월드컵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그해 12월 카타르는 4차까지 진행된 투표에서 14표를 얻어 8표에 그친 미국을 제치고 개최국이 됐다. 한국은 3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서방언론은 여름철 낮 기온이 최고 50도까지 치솟고, 습도가 높은 기후적 특성을 문제 삼았다. 외출하기조차 힘든 마당에 축구경기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에서다. 카타르와 FIFA는 무더위를 피해 겨울철에 대회를 여는 고육책을 택했다.
월드컵 본선에 한 차례도 오르지 못한 경기력도 논란이 됐다. 주최국의 빈약한 경기력과 예선 탈락은 대회 전체의 흥행에도 찬물을 끼얹는 대형 악재다. 역대 월드컵에서 주최국이 일찌감치 짐을 싼 대회는 흥행이 저조했다. 개최국 조 편성에 최상위 그룹 팀을 배제하는 이유다.
카타르는 부정적 시각을 돌리려 국력을 소진했다. 사상 최고 대회로 월드컵의 개념을 바꿔놓겠다고 장담했다. 국부(國富)의 원천인 오일달러(Oil Dollar )를 쏟아부었다. 8개 경기장 건설과 인프라 구축에 310조원이 투입됐다. 주경기장인 엘베이트 스타디움만 4조원이다. 태양열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고, 차갑게 식힌 물을 순환시켜 섭씨 22도를 유지하는 첨단 에너지 공급시스템이 가동된다.
카타르가 월드컵 개막전에서 완패했다. 20일 밤 개막식에 이은 첫 경기에서 남미의 복병 에콰도르에 0-2로 졌다. 전반 3분 만에 터진 첫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지 않았다면 0-3으로, 일방적인 게임이었다. 전반에 2골을 내준 뒤에도 반전의 기미가 없자 홈팬들이 경기장을 떠나면서 종반에는 빈 좌석이 많았다. 월드컵 개최국이 첫 경기를 지지 않는 전통이 깨졌다. 네덜란드, 세네갈전을 앞둔 카타르는 첫 승도 힘들다는 예상에 분위기가 험악하다.
카타르 월드컵은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선정 당시 오일달러로 대회 출전권을 샀다는 비판이 거셌다. 주최국이 개막전에서 패하자 본선 출전국에 한해 개최자격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낯선 아랍 문화에 대한 선수단 불만도 만만치 않다. 돈 쓰고 인심마저 잃지 않을까 걱정이다. 초반 체면을 구긴 카타르의 심경이 복잡하게 됐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