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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광 콘테스타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대기업의 임원 코칭을 수행하면서 종종 인격장애를 지닌 리더들을 만나게 된다. 고위 임원은 직장에서 자신의 권한으로 동기부여를 통해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일하고 성장하는 직장환경을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의 권한으로 직장을 끔찍한 지옥 같은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 안정적이며 건강한 마음을 지닌 리더는 직원들에게 합리적 기준을 제시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반면에 비정상적 심성을 지닌 리더라면 아이디어는 고사하고 접근 자체가 두렵고 소통이 단절되고 조직의 의사결정 시스템과 구조까지도 리더의 비정상적 심리상태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심각한 인격장애를 가진 리더가 권한을 행사하는 높은 자리에 앉게 되면 모두에게 끔찍하고 불행한 조직이 되어 버리고 만다. 직장에서 이러한 심리적·인격장애를 안고있는 리더들의 자기진단과 극복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여 몇 년전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지에 실린 맨프레트 케츠 드 프리스 교수의 '악질 리더 코칭하기'를 인용하여 정리해 본다.

리더들은 때로 병리적 나르시시즘, 조울증, 수동적 공격성, 감정단절 같은 심각한 인격장애를 겪는다. 각각의 증상들은 각기 다른 접근법으로 코칭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  


과장된 환상 병적 나르시시스트는
이기적 배려없어 지나친 관심 요구
조울증형, 어떻게 행동하는지 몰라


우선 고위 리더들에게 가장 많이 발견되는 장애, 병리적 나르시시스트형 리더들에 대한 증상과 대처방안이다. 나르시시즘은 이상화된 자신에 대한 자기애적 조작을 의미한다. 스스로에게 만족을 느끼고 조금은 자신을 과시하지만 지나치면 위험하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나르시시즘을 지니고 있다. 살아가는데 약간의 나르시시즘은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상황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면역체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장된 환상에 사로잡힌 병적 나르시시스트는 이기적이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으며 지나친 관심을 요구한다. 자신의 권한을 과장해서 생각하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과 명성을 취하려 한다. 자존심에 상처받기 쉽고 문제에 직접 맞서려 하지 않는다. 이들을 대할 때는 민감한 자의식이 다칠만한 것은 피해야 한다. 이들은 매우 자신감 넘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감의 이면에는 상처받기 쉬운 나약함이 숨겨져 있다. 어린 시절 부모를 기쁘게 하지 못했다는 무기력감을 보상하려는 대응기제로 볼 수 있다. 자신감을 파괴하기보다는 확실하게 북돋아 주어야 한다. 존경의 뜻을 전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저자인 맨프레트 교수는 권한다. 과장된 자아 인식을 더 키워서는 안 되겠지만 그의 약점들을 강조해서도 안 된다. 그가 신뢰할 수 있도록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면 문제가 있는 각각의 행동에 대해 조금씩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로 흔히 접할 수 있는 조울증형 리더에 대한 증상과 대처법을 요약해 본다. 조울증 혹은 양극성 장애라고도 한다. 기분이 들떠서 자신감 넘치고 활동적인 조증상태와 마음이 가라앉는 우울상태가 일생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심리적 장애의 일종이다. 대부분의 정신장애와 마찬가지로 조울증도 정도가 다양하지만 비교적 가벼운 조울증이라도 커리어를 망치고 친구나 동료들을 멀어지게 만든다. 조울증을 겪는 리더의 경우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려워도 나르시시스트 리더와 달리 어느 정도 인식은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는 좀 더 쉽게 진실을 이야기하면서 대처할 수 있다고 맨프레트 교수는 말한다. 조울증처럼 심각한 기분장애는 현실검증 능력이 약해진 사람들이다. 조증일 때나 울증일 때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다. 이들에게는 나르시시스트형 리더와는 정반대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조울증을 겪는 리더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하고 그 사람들과 함께 안전한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인격장애 리더, 스스로의 앞날 막고
불행한 조직 만들수 있어 치료해야


일부 리더들의 일종의 인격장애는 리더 스스로의 앞날을 가로막고 직장을 끔찍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되거나 자신의 문제를 알아차리고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일하기 좋은 직장은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세광 콘테스타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