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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는 이탈리아의 암이다.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도 시칠리아의 절대 권력 마피아 소탕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실패했다. 시칠리아 토박이들의 자경단으로 시작된 마피아의 역사는 유구하다. 혈연과 지연, 종교적 유대를 침묵의 계율 '오메르타(Omerta)'로 지켰기에 가능했다. 마피아는 조직의 비밀을 누설한 조직원에 대한 피의 복수를 명예로 여긴다.

1980년대 마피아 파벌 간에 시칠리아 지배권을 두고 내전이 벌어졌다. 공권력의 개입에 마피아가 무차별 테러로 맞서면서 정부와 마피아의 전쟁으로 확산됐다. 전쟁의 선봉에 선 조반니 팔코네, 파올로 보르셀리노 두 검사의 활약으로 마피아 360명이 유죄판결을 받고 격리됐다.

팔코네, 보르셀리노 콤비의 활약은 오메르타를 깬 거물 마피아 토마소 부셰타 덕분에 가능했다. 경쟁 마피아의 조직원과 범죄혐의를 법정에서 증언했다. 부셰타는 경쟁 조직에 두 아들과 형제를 잃고 오메르타를 깼다. 복수심에 침묵의 명예를 버린 것이다. 경쟁 조직은 부셰타에 대한 복수가 여의치 않자, 팔코네와 보르셀리노를 차례로 암살했다.

마피아뿐 아니라 모든 범죄조직들은 범죄의 비밀을 유지하는 '침묵'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하지만 불신과 의심으로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금과옥조를 깨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에 대장동 게이트 피고, 피의자들이 법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측근인 정진상, 김용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유동규는 이 대표측에 검은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남욱은 김만배의 천하동인 1호의 일정 지분이 이재명 시장실 몫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진술 변경 이유가 그럴 듯 하다. 유동규는 정진상, 김용을 '의형제'로 여긴 것이 본인의 착각이었다고 한다. 정진상이 유동규에게 "우리는 모르는 척하고 개인 비리로 몰아갈 것"이라 했다는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도 공개됐다. 남욱은 대선 1위 후보였던 이 대표가 "무서웠다"고 진술 번복의 이유를 밝혔다. 유동규는 배신감에, 남욱은 보복의 위험에서 벗어나자 '오메르타'를 깼다는 얘기다.

범죄자들의 의리와 신뢰는 신기루에 가깝다. 애초에 인륜과 사회상규를 지킬 상식과 의지가 없었던 사람들이다. 범죄가 발각되고 죄의 무게를 다투는 지경에 이르면 의형제도 원수가 된다. 대장동 일당들의 법정 서사가 흥미진진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