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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온 나라에 있을 법하지 않은 기이한 일들이 흘러넘친다. 가히 괴담 공화국이라 불러도 하등 이상하지 않다. 박사논문을 거의 통째로 표절해도 학위를 준 대학은 문제가 없다고 한다. 외부 전문가들이 표절이라고 검증해도 이를 감독해야할 정부 부처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표절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의 침묵은 조금도 괴이하지 않게 되었다. 100억원이나 되는 금액의 통장을 위조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배가 너무 고파서 라면 하나만 훔쳐도 감옥에 가는 나라에서 참으로 괴이한 일이다.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나라에서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주식 가격을 수 억 대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져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사해야 할 검찰은 시간만 보내고 있다. 공소시효가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듯하다. 사모펀드 사건 하나에 수많은 검찰인력을 동원해 수사하던 일이 어제 같은 데 달라도 너무 다르다.

''표절 논란'… 한동훈 딸 논문 저작권 문제로 삭제당해'(한국일보 2022년10월16일자)라는 기사가 나도 법무장관은 "입시에 사용된 사실이 전혀 없고 계획도 없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한 지방 대학의 표창장이 위조되었는지를 밝히려 수 십 명의 검찰 인력이 날밤을 새우고, 명확히 확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4년 감옥에 가두던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참으로 괴이하기 그지없다.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보이는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사진을 유일하게 식별하지 못한 검찰이니 괴이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중 잣대와 정략적 기소가 기본인 집단에게 그런 일 따위가 괴담일리 없다. 사실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장삼이사인 우리가 어찌 알겠는가? 언론조차 사실을 제대로 말하지 않고 편파적으로 보도하는 일이 상식이 된 사회에서 이 정도는 평범한 일일 테다. 


정치적 능력 무관 특정정당만 지지
권력·이익에 따라 논조 바꾸는 언론


158명이 참사를 당했지만 책임져야할 최고층 가운데 누구도 혐의조차 받지 않는다. 그 대신 현장에서 직접 노력한 사람만 비난받고 심지어 구속된다. 그 사이 경찰 지휘권이 없다고 강변하던 장관은 다른 쪽 파업에는 선두에 서서 경찰인력을 지휘한다. 안전운임제를 약속한 그 입으로 정당한 파업권에 대해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방해하니 처벌받아야 한다고 위협한다. 파업할 자유는 법으로 보장되어 있지만, 그로 인해 방해당한다는 자유는 누구의 것인지 분명하지도 않은 데 말이다. 괴담은 흘러넘친다. 사람을 사람답게 교육하는 일이 산업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나, 저출산이 걱정이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 낳아 키우기를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를 말하면서 법을 독점하고 자의적으로 행사하여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태, 이것이 괴담이 아니면 무엇이 괴담인가.

괴담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특정지역에서는 정치적 능력이나 견해와는 전혀 무관하게 일관되게 특정 정당만이 지지를 받는다. 적대적 공생 관계를 합법화한 것, 기득권의 이익 카르텔을 정당화하는 온갖 제도와 관행이야말로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큰 괴담이 아닌가. 이 나라에 괴담이 흘러넘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사안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 수사와 기소권을 독점하면서 이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편의적으로 적용하는 검찰, 권력과 이익에 따라 논조를 바꾸는 언론, 이를 비판해야할 지식인의 위선적 행태가 원인이라는 말은 괴담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저버린 집단과 사람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괴담 공화국일지라도 이것만은 결코 괴담이 될 수 없다.

성숙한 민주시민 위해 지성적 노력
힘들고 낯설지라도 포기 말고 실천
노예인지도 모르는게 가장 큰 괴담


이런 괴담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인간답기 위한 지성적 노력을 저버린 채 다만 한 줌의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면 그가 바로 괴담의 주역이다.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행동과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힘들고 낯설지라도, 그것이 나의 작은 이익에 어긋날지라도 결단해야 한다. 이런 생각과 말을, 그런 행동을 포기하면 우리는 자유로운 노예가 될 뿐이다. 자신이 노예인지도 모르는 노예가 가장 큰 괴담이다. 자기 배반적 행동을 성찰하지 못할 때 그 모든 말과 행동은 괴담이 된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