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jpg
이재우 미래학회 회장·인하대학교 교수
국내외적으로 큰 환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2년 2월24일 새벽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은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으며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 전쟁으로 세계 곡물 시장이 크게 교란되었으며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가스를 제한함으로써 올겨울에 서유럽이 큰 고통에 처할 수도 있다. 10월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158명의 숭고한 생명을 잃었다. 전쟁, 참사 등은 시대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세계화가 가속하면서 위기가 발생하면, 그 영향 범위가 광범위하게 넓어졌다. 2019년 12월31일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아직도 세계적 창궐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올겨울에도 대유행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회, 국가, 조직에서 위험이 발생하면 그 위험에 대응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왜 그럴까? 


기업수준 사건 경제체제 전체 붕괴
'크면 망하지 않는다' 부실 인지못해


크면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버려라!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한 편리한 도구, 초연결 사회에서 과도한 네트워크 의존은 사회 전체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는 경제학이나 금융학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경제학에서 시스템 리스크는 기업 수준에서 발생한 사건이 산업 또는 경제 전체의 불안정성을 초래하여, 경제 체제 전체를 붕괴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대표적인 시스템 리스크의 예이다.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의 금융회사에 대규모 손실을 발생시켰다.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와 최대 금융 보험회사인 AIG가 결국 파산하였으며, 미국은 대규모 양적 완화정책으로 부실 금융회사들을 대규모로 구제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 시스템에서 증폭하고 있던 위험 신호를 금융회사도, 규제 당국도, 미국 정보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였다. 거대 금융회사들은 '너무 커서 망하지 않는다(Too big to fail)'는 믿음으로 스스로의 부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그러한 부실이 쌓여서 금융 시스템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대마불사의 믿음은 여지없이 깨졌으며 미국 굴지의 은행과 보험회사도 파산을 맞이했다.

소프트 파워 리스크를 극복하자!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시스템 리스크 개념을 확장하여 사회, 생태, 산업 등 다양한 시스템으로 확장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새로운 변이의 중증 호흡기성 바이러스로 전염력이 강하고 숙주의 사망률이 높지 않아서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있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 많은 나라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방법을 몰라서 엄청난 경제적, 인적 손실이 발생하였다. 다행히 코로나 백신이 빨리 개발됨으로써 사망률을 많이 낮출 수 있었지만, 아직도 코로나를 종식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과학자들이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을 경고했지만, 실제 어떤 질병이 발생하고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클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 세계는 코로나 발생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사회, 국가 시스템에 다양한 시스템 리스크가 존재한다. 어떤 경우에는 리스크가 무엇인지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美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규모 손실
리스크 원인 알지 못하는 경우 허다
이태원 참사 위험 인식하지도 못해


이번에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는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지만, 그에 대비하지도 대응하지 못했다. 국가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시스템에 내재하고 있던 위험을 인식하지도 못했다. 우리나라 경찰과 소방 시스템은 조직이나 하드웨어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이다. 그러나 거버넌스 측면의 소프트 파워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전에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일을 처리하다 보면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그널이 발생해도 그에 대비하지 못한다. 특히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재난 대비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실무진은 일을 관행적으로 처리하기 더 쉽다. 문제가 시스템에 내재 되어 있지만 일을 관행적으로 처리하다 보면 시스템이 붕괴할 정도의 리스크가 내부에 축적된다. 축적된 리스크는 한순간에 커다란 눈사태처럼 한 번에 붕괴하며 사회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위험이 보일 때 관행을 타파할 수 있는 제도적, 행정적,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결정하는 자리에 있는 지도자는 시스템 리스크에 민감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에 위험을 줄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를 매의 눈으로 찾아내는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재우 미래학회 회장·인하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