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부터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상연 중인 인천시립극단의 정기공연 '백년의 비밀'은 지난 4월 관객과 만나기로 했던 작품이었다. 작품의 주요 출연자와 스태프가 공연을 하루 앞두고 코로나19에 감염되며 취소되는 우여곡절 끝에 뒤늦게 관객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27일 공연장을 찾았다. 극단 사개탐사 대표인 박혜선의 연출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이번 작품 '백년의 비밀'을 요약하면 100살이 넘는 나이를 가진 느릅나무와 함께 살고 있는 한 명문가 사람들의 이야기다. 강성숙·정순미·최진영·서창희·김태훈·강주희·김현준·김설·이규호·이수정·김세경·이혜림·김희원·차광영·김영민·권순정·박연주 등이 출연했다.
줄곧 지켜보는 '느릅나무' 돋보여
베이커家 '틸다'·전학생 '코나'

극의 줄거리처럼 무대 천장에는 커다란 느릅나무 한 그루가 수평으로 매달려있다. 무대는 베이커 가문의 거실이면서 정원이기도 하고 호숫가 숲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생활공간 등으로도 바뀐다.
그러나 느릅나무만큼은 2시간의 공연 동안 천장에 매달려 배우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배우들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듣고, 행동을 지켜본다. 대사는 없지만 마치 연극의 주인공처럼.
작품은 느릅나무가 살고 있는 유복한 베이커 가문 저택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4대에 걸친 100년 가까운 시간 중 단 6일 동안을 비춘다. 유복한 베이커 가문의 딸 '틸다'와 전학생 '코나'가 친구가 되면서 겪는 만남과 헤어짐, 얽히고설키는 관계, 삶의 부침을 작품에 담고 있다. 일본의 가수이자 배우이면서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케라리노 산드로비치의 작품이다.
만남과 헤어짐·삶의 부침 담아
내달 4일까지 인천문예회관서
2시간을 꽉 채운 상연 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긴장된 상태로 이어진다. 이렇다 할 극적인 사건이 없지만, 등장인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작은 '비밀'만으로도 충분히 안타깝고 흥미로우면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12세 어린 소녀들이 30대로, 70대로, 20대로 오가는 혼란스러울법한 시간 여행이 매끄럽게 이어지는데,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될 정도였으며, 충분히 작품에 몰입해 감상할 수 있었다. 느릅나무만큼이나 중요한 관찰자 '매리'의 설명만으로도 충분했다.
박혜선 연출은 "삶이라는 것이 그 순간에는 굉장히 중요해 보이거나 아니면 가장 비극적이거나 또 멋지고 행복해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면 그것이 그냥 지극히 평범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모습들을 두 소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해 보이는 6일을 관객에게 보여줬다"고 작품을 설명한 바 있다.
극의 후반부에 주인공들은 세상을 떠나고 후손들이 나누는 마지막 대사가 인상에 남는다.
"어떻게든 될 거야 분명히….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그 아이들이 또 어른이 되고, 그다음 아이들도 어른이 되고, 그게 계속 이어지고 모두 각자의 인생에서 '고마워~', '미안해!'(웃음), 어떻게든 될 거야 분명히…."
이번 공연은 다음 달 4일까지 이어진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