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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이지만 축구 앞에선 작고 초라해진다. 1930년 창설된 월드컵축구대회 본선에 중국은 고작 2차례 출전했다. 지난주 개막한 카타르월드컵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마지막 출전인 2002 한·일 월드컵에선 3전 3패, 무득점에 9실점이란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이후 20년째 변방을 떠돌며 '남의 잔치'를 곁눈질하는 신세다.

중국축구 팬은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이란 등 아시아 국가들의 선전에 부러움을 넘어 참담하다는 반응들이다.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엔 자국에 대한 비난과 조롱, 원망이 넘쳐난다. 카타르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중국업체들이 참여한 것을 두고 "(중국은 다 가는데) 국가대표팀 선수들만 경기장에 못 들어간다"고 꼬집었다. 한 친중매체도 "중국 축구팀은 20년 동안 시종일관 불참했다. 그저 국가에서 돈을 쏟아부어 개최한 대회에만 참가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좌절과 실망은 코로나 봉쇄에 대한 불만으로 치환된다. 8만 관중이 들어찬 개막식과 경기 중계를 보면서다. "저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축제를 즐기는데 우리는 PCR 검사나 하고, 코드나 찍고 있다"고 자탄한다. "우리는 세계와 전혀 다르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우리가 바보군"이란 목소리도 있다.

지난 주말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고강도 코로나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신장 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는데 봉쇄조치로 인해 진화가 늦어지면서 10명이 숨진 사고가 도화선이다. 시위대는 "봉쇄를 해제하라"며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외쳤다. 베이징에선 주민들이 공동주택단지 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백지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과격해지고 내정 문제로 번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최루탄을 쏘고 시위자를 연행하는데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시위대가 "중국공산당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우루무치를 해방하라"는 금기어를 외쳤다. 공안이 깜짝 놀랄 불경이다.

중국은 월드컵 축제로 지구촌이 들썩이는 것과 달리 살벌한 분위기다. 외려 과도한 봉쇄와 억압에 짓눌려 폭발 지경인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월드컵을 보면서 "남들은 다 즐기는데 우리는 뭐냐"고 개탄한다. 머릿속이 복잡할 중국 팬들 처지가 안쓰럽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