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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운 연성대학교 경찰경호보안과 교수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15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도 어느덧 두 달이 다 되어 가고 있다.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책임을 둘러싸고 경찰청 특수수사본부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17명을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여야가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하는 등 책임의 소재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방역조치가 해제된 이후 처음 맞는 핼러윈 데이라 대규모 인파가 운집할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음에도 참사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은 국가기관인 행정안전부, 경찰과 소방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와 용산구 등 관련되는 모든 기관이 부담해야 한다.

경찰의 책임소재에 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작년 7월1일 문재인 정부가 단행한 자치경찰제 시행과 관련해 개정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비추어 다중운집 행사의 혼잡경비는 자치경찰 사무로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 권한과 책임이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다중운집 행사 시 혼잡경비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시·도경찰청을 통해 소속 경찰서를 지휘·감독할 수 있다. 국가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은 자치경찰 사무와 관련해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협조를 구하여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뿐 직접 지휘·감독할 수는 없다. 


158명 안타까운 사망자 발생
책임 소재 둘러싸고 갑론을박


그런데 지난 10월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 자치경찰의 책임이 제기되자 일각에서는 현행 자치경찰의 제도상 한계로 인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었다고 하며 시행 걸음마 단계에 있는 자치경찰제를 다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자치경찰위원회는 직접적인 인사·감독권이 없어 긴급상황에서 신속한 업무집행이 어렵다는 의견이나 국가에서 임명받아 보수를 받는 경찰관이 자치경찰 사무를 집행하고 있고 자치경찰은 독자적인 현장인력이 없어 반쪽 자리에 불과하다는 등의 의견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인사권이나 직접적인 사무통제권을 부여하거나 특정 계급 이하의 경찰관을 모두 자치경찰로 전환하는 등의 조치는 또 다른 문제점을 양산하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치경찰제는 그동안 중앙집권화되었던 우리나라의 경찰사무를 자치경찰위원회라는 독립성이 보장된 합의제 행정기관을 통해 주민의 요구와 지역 사정에 맞는 차별화된 치안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경찰권을 분권화시켜 민주성을 강화하는데 의의가 있다.

자치단체장에게 경찰에 대한 인사권과 경찰사무 지휘·감독권을 부여할 경우에는 경찰권이 지방정권에 예속화되는 한편, 부패한 지방권력에 대한 감시기능의 상실로 인한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판단한다. 지방자치단체 소속하에 자치경찰관을 임명·배치할 경우 그에 따른 재정확보와 지방사무를 넘어서는 이동성 범죄, 대간첩 작전, 요인경호 등의 국가적 사무에 대해 효율적인 업무집행이 가능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자치경찰제 개선 목소리 나와
업무 개개인 인식변화 도모 등
통제권 실질화 방안 모색 필요


자치경찰제 논의는 선진각국의 다양한 자치경찰제도를 비교·연구하는 등 1990년 이래 수십 년 동안 경찰 내외에서 논의됐으며, 2007년부터는 제주지역에서 도지사 소속하의 자치경찰제를 수십 년간 시행해 오고 있다. 이번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된 '지역 내 다중운집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관리 사무'가 서울특별시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감독권의 범위 내에 있는 자치경찰 사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기화로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자치경찰제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거나 자치경찰제를 폐지하고 시행 이전의 국가경찰로 회귀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경찰의 중립화와 민주화, 분권화라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온 경찰개혁의 취지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다만, 자치경찰위원회의 경찰서장 근무평정 배점기준을 강화하거나 경찰 재직자 교육에 지방행정전문가 등을 참여시켜 자치경찰 사무에 대한 경찰관 개개인의 인식변화를 도모하는 등 자치경찰에 대한 자치경찰위원회의 통제권을 실질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김재운 연성대학교 경찰경호보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