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901001152600052141

졌지만 잘 싸웠다. 28일 월드컵 H조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이 가나에 2-3으로 석패했다. 아쉬운 패배였다. 0-2로 끌려가던 후반 14분 벤투호의 비밀병기로 통하는 이강인이 교체돼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가나 선수들의 압박 수비를 벗겨내고 볼을 잘 간수하면서 상대 문전으로 찔러주거나 띄워주는 이강인의 패스는 가히 천하일품이었다. 이강인이 들어오면서 계속 가나의 문전을 위협하더니 K리그 득점왕 출신인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이 잇따라 머리로 두 골을 몰아넣으면서 동점 상황까지 만들었으나 너무 아쉽게 한 골을 더 내주면서 치열한 분전에도 불구하고 승점을 가져오지 못했다.

추가 시간을 포함해서 장장 1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경기 내내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분투와 열정으로 인해 졌어도 뿌듯함을 주는 매우 훌륭한 경기였다. 또 선수들의 투혼도 감동적이었다. 부상당한 몸으로 마스크를 쓰고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아야 했던 주장 손흥민도 그러했고, 후반 막판까지 종아리 근육 부상에도 온몸을 던져 가나의 날카로운 공격을 막아내던 김민재나 멀티골을 기록한 조규성 등 우리 선수들 한명 한명의 투혼이 빛나는 경기였다. 그러했기에 '가나전' 주심 앤서니 테일러(44·잉글랜드) 심판의 아쉬운 판정을 두고 국내 축구팬들의 격렬한 항의가 이어졌다. 특히 마지막 코너킥 상황에서 기회를 주지 않고 경기를 종료시킨 것을 두고 분노하는 팬들이 많았다. 그러나 경기는 끝났고 이제 우리에게는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 지은 포르투갈 전(戰)만을 남겨놓게 되었다.

객관적으로 16강 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우리가 H조 마지막 3차전에서 최강 포르투갈에 승리를 거두고 우루과이가 가나에게 비기거나 이기면 16강행이 가능하다.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열정을 보여준 우리 선수들과 능력이라면 기대를 걸어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를 갖고 응원하되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거나 압박을 주지는 말자. 그리고 모처럼 축구로 인해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됐던 그 마음, 그 저력으로 대장동 수사를 둘러싼 지긋지긋한 정쟁과 화물연대의 파업과 고물가 고금리 인플레이션의 현실도 합력하여 이겨내면 좋겠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