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 규명'을 결정한 사건에 대한 배상·보상 법안을 마련하라고 국회와 정부에 권고하기로 하면서 '월미도 미군 폭격 사건'을 비롯한 인천 주요 사건들의 피해자와 유가족이 국가로부터 배상·보상받을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최근 제45차 위원회에서 '진실 규명 결정 사건에 대한 배·보상법 입법에 관한 정책 권고'를 의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현재 발의된 법안 등을 중심으로 국회가 신속하게 입법을 진행하고, 정부도 법 시행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을 권고했다. 배상·보상 대상은 포괄적이고 차별 없는 보상의 원칙을 기초로 해야 하며, 특히 한국전쟁 전후 희생자의 경우 가해 주체와 희생 이유 등에 구분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국가 배상·보상 소멸 시효 기간이 만료된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도 정책 권고에 담았다.
강화·덕적·영흥도 사건 대상 가능
그간 개인 청구 모두 패소 판결
인천에서는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때 미군이 사전 정지작업으로 월미도에 폭격을 가해 주민 100여 명이 희생된 사건이 주요 진실 규명 사건으로 꼽힌다. 인천상륙작전 이후 월미도가 군사기지가 되면서 살아남은 주민들은 고향까지 잃었다.
1기(2005~2010년) 진실화해위원회는 2008년 이 사건을 진실로 규명하면서 '위령 사업 지원' '원주민 귀향 지원' '미국과의 협상(한미 공동 조사와 공동 책임)' 등을 국가에 권고했는데, 현재까지 위령비 건립만 인천시 주도로 이행됐을 뿐이다. 인천시가 2019년 조례를 제정해 월미도 주민 생활 안정을 돕고 있지만, 국가에 의한 배상·보상 차원은 아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배상·보상 관련 법안은 3건으로 '전쟁희생자 정의 신설(한국전쟁 전후 인민군 및 그 동조세력, 참전한 외국군, 군·경찰 등 공권력 등에 희생당한 사람)' 등이 주요 내용이다. 월미도 미군 폭격 희생자와 유가족이 해당 법안의 '전쟁희생자' 등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 월미도 원주민에게 보상하는 특별법은 지난 국회에서 두 차례나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진실 규명을 결정한 한국전쟁 전후 인천 강화군 등지에서의 민간인 희생 사건, 옹진군 덕적도와 영흥도 등지에서 일어난 민간인 희생 사건 등도 관련 법안이 마련된다면 배상·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는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사건의 진실 규명 결정을 한 이후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피해자들의 배상과 보상은 개인이 재심을 청구하거나 국가를 상대로 한 배상 청구 소송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 과정에서 적대세력이나 외국군에 의해 희생된 사람의 유족이 청구한 국가 배상 소송은 국가의 불법 행위 책임이 인정되지 않아 모두 패소 판결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억울하게 희생당한 피해자와 유족들을 위한 배상·보상은 화해 조치에 필수인 만큼 국회의 조속한 법안 통과를 기대하고, 정부도 적극 협력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