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위험성이 큰 무허가 건축물의 철거 문제로 촉발된 인천 부평농장 주민과 관할 구청의 갈등이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으로 해소됐다.
29일 오후 인천 남동구 간석동 부평농장에 마을 주민, 남동구청 공무원,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부평농장 주민들이 마을 내 무허가 건물에 원상회복(건물 해체) 명령을 내린 남동구청의 행정처분을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렵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접수해서다.
남동구청은 올해 7월 부평공장 내 197개 무허가 건물에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 행정안전부가 부평농장의 화재안전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건축법상 건물을 건축하거나 변경하기 위해선 건축계획서, 기본설계도 등을 지자체에 제출해 허가받아야 한다.
150여 주민 60~70% 한센인·가족
"원상회복 명령, 경제적 어려움"
권익위에 고충민원 접수 '해소'
이에 부평농장 주민들은 "남동구청이 무허가 건물에 내린 원상회복 명령을 따르게 되면 한센인이 포함된 건물주와 영세한 공장 임차인 모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 30여년 간 한 번도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거나, (구청 등의) 안전관리를 받은 적도 없는데 갑자기 건물을 철거하라는 것은 가혹하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부평농장은 1949년 정부 정책에 따라 수도권 일대 한센인들이 이주하면서 정착한 마을이다. 부평농장 거주민들은 과거 마을에서 축사를 지어 축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1986년 이 일대가 경공업 공장 등이 들어설 수 있는 준공업지역으로 바뀌면서 축사를 공장으로 개조해 임대해 왔다.
현재 부평농장엔 15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중 60~70% 이상이 한센인과 가족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공장을 임대하거나 직접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이야기다.
소방서 등 협의 끝에 조정안 마련
부평농장 주민의 고충 민원을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는 남동구청, 남동소방서 등과 여러 차례 협의를 벌여 이날 조정안을 마련했다. 남동구청은 우선 부평농장 내 무허가 건물에 대한 원상회복 명령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후 무허가 건물에 대한 용도·구조 등을 조사하는 등 화재 안전사고 예방에 나선다.
마을 주민이나 공장 임차인들은 건물마다 소화기·화재경보기 등 소방시설을 설치해 관리하면서 화재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합동훈련 등을 받는다. 또 안전대책을 수립해 남동구청에 제출하기로 했다. 남동소방서는 마을 주민들의 합동훈련을 돕고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박종효 남동구청장은 "지역의 오랜 현안에 대해 여러 기관과 의견을 나눌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관계기관과 함께 화재 예방 등 안전 조치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