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1971년 사형을 선고받은 실미도 부대 공작원 4명에게 공군이 재판 포기를 강요한 사실을 밝히면서 기림비 설치 등 실미도 공작원의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제46차 위원회를 열고 '실미도 부대 공작원의 재판청구권 등 인권침해사건'을 진실로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실미도 사건 관련 진실 규명 결정은 지난 9월 1972년 사형이 집행된 공작원 4명의 유해 암매장의 위법성과 매장지 규명에 이어 두 번째다.
1971년 8월23일 실미도 사건에서 살아남은 공작원 임성빈, 이서천, 김창구, 김병염 등 4명은 같은 해 12월6일 공군본부 보통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12월21일 공군 고등군법회의에서 항소가 기각됐으며, 이후 대법원 상고 포기로 사형이 확정됐다. 이듬해 3월 사형이 집행됐다.
부대 실체 노출 우려 '공군 개입'
당시 암매장 아직 유해 찾지못해
진실화해위원회는 과거 조사에서의 공군 관계자들 진술, 새로 모은 진술 등을 종합해 당시 공군 교도소장이 베트남전 파병을 언급하며 실미도 공작원 4명에게 대법원 상고 포기를 회유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이 상고하면 실미도 부대의 실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진실화해위원회는 설명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공군이 실미도 공작원 31명을 모집하면서 '훈련 후 장교 임관' '임무 수행 복귀 후 원하는 곳에 배치' 등 관련 법상 이행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웠다고 확인했다. 공군이 민간인을 속여 북한 침투 공작원으로 모집한 행위는 국가의 위법 또는 부당한 공권력 행사라는 것이다.
공군이 불법으로 모집한 실미도 공작원 가운데 7명은 훈련 중 숨졌고, 나머지 24명은 섬을 탈출해 버스를 탈취하고 서울 진입을 시도한 실미도 사건을 일으켰다. 군·경찰과 총격전 끝에 대부분 사망했으며 살아남은 4명은 사형당한 뒤 암매장돼 현재까지 유해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기림비 등 명예회복 정부에 권고
"국방부, 상소권 회복 구제 필요"
진실화해위원회는 군부대에 안치돼 있는 공작원 20명의 유해를 유족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방식으로 안치하고, 희생자를 위해 적절한 장소에 기림비를 설치하는 등 공작원의 명예 회복을 위해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기림비 설치가 추진된다면 과거 공작원들의 훈련 장소였으나 현재는 관광지가 된 인천 중구 실미도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는 "국가가 관련 법상 이행될 수 없는 조건을 전제로 속여 실미도 부대 공작원을 모집했으므로 유족에게 사과하고 기림비 설치 등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국방부는 사형을 선고받은 공작원 4명이 재판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은 책임에 대해 상소권 회복 청구 등 피해 구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