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달라진 정권의 민선 8기 출범 이후 남양주시에 새로운 교리가 등장한 듯하다. 공직사회에서 "우리 주님께서~", "주님 말씀대로~" 등 주광덕 시장의 성을 딴 직원들만의 애칭, '주님'이 일종의 밈(meme)처럼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관계 기관에서조차 겹치는 단어가 들리는 걸 보면 취임 후 보인 소통 확대와 내부 탕평인사 등 그간 발자취가 대내외적으로도 긍정적인 결과로 뿌리내린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시장과의 면담을 수차례 거절당했다는 수도검침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우개선을 약속했던 시정의 속도가 느렸던 것인지, 이들은 여전히 ▲타 시군 검침원 및 관내 현장직 공무직 대비 낮은 임금 ▲현장지원직 중 유일한 위험수당 미지급 직군 등 만성피로처럼 쌓인 개선안을 촉구하고 있다. 10년 전 우연히 취재를 위해 수도검침원 체험을 한 적이 있다. 놀라운 점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났는데도 당시 요구안이 현재까지 반복되며 검침원들의 삶을 옭아매고 있다는 데 있다.
물론 남양주시도 어느 때보다 신중한 행정을 펼칠 시기임은 분명하다. 최근 남양주도시공사에선 일반직과 무기계약직 간 임금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선 '검침원의 난' 제하로 남양주 수도검침원들의 실명이 거론되며 이들을 비난·조롱하는 글이 게시되는 등 관내에서 빚어지는 직원 간 갈등이 그 어느 때 보다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악인은 없는데 피해자가 있을 땐 구조적인 문제에 시선을 모아야 한다. 높은 분께서 가진 평소 신념대로 더 많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한정된 은총이 모든 이와 함께 하길 기원해 본다.
/하지은 지역자치부(남양주) 차장 z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