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은-지역사회부.jpg
하지은 지역자치부(남양주) 차장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과 함께…." 가톨릭에서 미사가 끝날 때 신부님이 신자들에게 강복을 할 때 하는 멘트라고 한다. 가톨릭 신자 지인의 말을 빌리면 천주교 교리에서 '미사'는 예수의 최후의 만찬을 기념해 행하는 제사 의식으로서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보내시는 가장 위대한 은총의 순간을 함께하는 기적'이라 했다.

지난 7월 달라진 정권의 민선 8기 출범 이후 남양주시에 새로운 교리가 등장한 듯하다. 공직사회에서 "우리 주님께서~", "주님 말씀대로~" 등 주광덕 시장의 성을 딴 직원들만의 애칭, '주님'이 일종의 밈(meme)처럼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관계 기관에서조차 겹치는 단어가 들리는 걸 보면 취임 후 보인 소통 확대와 내부 탕평인사 등 그간 발자취가 대내외적으로도 긍정적인 결과로 뿌리내린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시장과의 면담을 수차례 거절당했다는 수도검침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우개선을 약속했던 시정의 속도가 느렸던 것인지, 이들은 여전히 ▲타 시군 검침원 및 관내 현장직 공무직 대비 낮은 임금 ▲현장지원직 중 유일한 위험수당 미지급 직군 등 만성피로처럼 쌓인 개선안을 촉구하고 있다. 10년 전 우연히 취재를 위해 수도검침원 체험을 한 적이 있다. 놀라운 점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났는데도 당시 요구안이 현재까지 반복되며 검침원들의 삶을 옭아매고 있다는 데 있다.

물론 남양주시도 어느 때보다 신중한 행정을 펼칠 시기임은 분명하다. 최근 남양주도시공사에선 일반직과 무기계약직 간 임금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선 '검침원의 난' 제하로 남양주 수도검침원들의 실명이 거론되며 이들을 비난·조롱하는 글이 게시되는 등 관내에서 빚어지는 직원 간 갈등이 그 어느 때 보다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악인은 없는데 피해자가 있을 땐 구조적인 문제에 시선을 모아야 한다. 높은 분께서 가진 평소 신념대로 더 많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한정된 은총이 모든 이와 함께 하길 기원해 본다.

/하지은 지역자치부(남양주) 차장 z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