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에서 피해자 인적 사항이 없어도 피고인이 피해 회복 명목으로 공탁할 수 있는 형사공탁특례제도가 오는 9일부터 시행된다.
형사공탁은 형사사건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 법원에 합의금을 맡겨 피해 회복에 뜻을 나타내는 제도다. 현재 피고인이 공탁을 하려면 피해자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적어야 한다.
하지만 민사와 달리 형사사건의 피고인은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워 공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만들어진 게 형사공탁특례제도다. 피고인은 형사공탁 특례제도에 따라 앞으로는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대신해 재판이 진행 중인 법원, 사건번호, 사건명 등만 적어도 공탁할 수 있게 됐다.
"불필요한 민사 예방" 긍정적 시선
"제도 악용 합의과정 생략" 부정적
형사공탁 특례제도를 놓고 인천 법조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장원택 변호사(법률사무소 장원)는 "형사공탁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연락이 닿지 않을 때 활용하는 제도인데, 피해자 동의를 얻어 인적 사항을 확인해야 해 그동안 실효성이 많이 떨어졌다"며 "이제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를 위한 노력을 한 뒤 본인 의사에 따라 피해 회복을 위한 공탁을 할 수 있어 형사공탁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용주 변호사(법무법인 안다)도 "형사공탁특례제도가 정착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재판부에 보여줄 수 있고, 서로 간 불필요한 민사소송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조원진 변호사(법무법인 동주)는 "형사공탁특례제도가 시행되면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형사공탁이 감형 사유로 반영될 수 있다"며 "형사 피고인과 피해자의 합의 과정은 금전적 배상을 떠나 서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데, 특례제도를 악용해 이 절차를 생략하고 공탁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정식 변호사(법무법인 명문)는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상황이라면 반성의 진정성 없이 공탁금을 많이 내놓고 자신의 피해 회복 노력을 법정에서 호소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법원에서 특례제도 시행으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고민하면서 더욱 세심하게 양형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