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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아아'를 찾는 사람과 '뜨아'를 찾는 사람! 한 종류 더 있다며 제동을 거는 이도 있다. '아바라'(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찾는 사람이다. 아아와 뜨아만을 찾는 사람에게 취향 상 그들은 커피계의 이단아임에 분명하다. 혹시나 해서 덧붙이는데 아아와 뜨아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뜨거운 아메리카노'의 줄임말이다. 어쨌거나 둘 다 아메리카노다.

커피 명칭도 축약할 만큼 성격 급한 한국인에겐 단숨에 톡 털어 넣을 수 있는 '빠르다'는 의미의 '에스프레소(Espresso)'가 훨씬 잘 어울릴법하다. 그럼에도 '미국인처럼'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아메리카노(Americano)'와 사랑에 빠진 건 이해불가, 대략난감이다. 정작 미국인들은 아메리카노를 별로 마시지 않는다는데.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한 사람은 일 년에 353잔에 달하는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하루 한 잔 꼴이다. 전 세계 평균 130잔의 세 배나 된다. 그만큼 커피는 우리 일상에서 기호식품을 넘어, 어느 순간부터 반(半) 음료, 반 습관으로 정착되며 떼려야 뗄 수 없는 소비가 됐다.

식후 동전 몇 개 집어넣으면 툭 떨어지는 달달한 '자판기커피'를 즐기던 한국인이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양의 커피를 마셔댔을까? 그 수입액만 해도 2001년 7천만달러에서 지난해엔 무려 9억달러를 넘는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다. 가히 대한민국을 '커피 공화국' 혹은 '아메리카노의 나라'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다. 


'이창업·난수성'… 기업 설립보다
유지·발전 시키는게 더 어렵다는 뜻


화제를 바꿔 질문 하나 던져보자.

"기업을 세우는 게 힘들까, 그것을 지켜나가는 게 힘들까?" 혹자는 둘 다 어렵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 건가?

'이창업(易創業), 난수성(難守成)'. 이 말은 당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과 신하들의 토론을 문답 형식으로 엮은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등장한다. "창업은 쉬우나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은 어렵다"고 언급해 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은 기업을 세우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일임을 강조한다. 어느 날 이세민이 신하들에게 "창업하는 것과 그 사업을 유지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어렵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에 신하 방현령(房玄齡)이 먼저 입을 열었다. "창업은 우후죽순처럼 일어난 군웅 가운데 최후의 승리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인 만큼, 역시 창업하는 쪽이 어렵습니다." 이어 신하 위징(魏徵)은 상반된 대답을 해왔다. "예로부터 임금의 자리는 간난(艱難) 속에서 어렵게 얻어, 안일 속에서 쉽게 잃는 법입니다. 그런 만큼 수성 쪽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두 대신의 대답을 가만히 듣고 있던 이세민의 결론은 이랬다. "양쪽 모두 어려우니 두 대신의 얘기는 지당하다. 다만 이젠 창업 시기가 지났으니 지금부턴 수성의 어려움과 맞서 나가야 한다." 고조(高祖) 이연에 이어 제위에 오른 이세민 역시 건국에 여념이 없었던 창업자에 해당한다. 그래선지 창업과 수성의 지난함을 통감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황제로 꼽히며 태평성세를 구가한다.

5년간 경기도 카페 증가율 '63.2%'
경쟁심화 탓 10곳중 2곳 1년내 폐업
초보 창업자에겐 '난중지난' 이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카페 수(2021년)는 8만5천360개였고, 그 가운데 4분의 1(2만1천512개)이 경기도에 존재한다. 특히 5년간(2017~2021년) 카페 수 증가율은 전국이 38.1%인데 반해 경기도는 무려 63.2%로 매우 높았다. 그런 경쟁 심화 탓인지 카페 10곳 중 2곳은 1년 내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업종 대비 창업에 따른 진입장벽이 낮은 게 가장 큰 원인으로 판단된다. 기실 카페업계가 레드오션에 빠져들면서 어느 한 쪽이 쓰러질 때까지 혈투를 벌이는 치킨게임 양상이다. 또 국제 원두가격 인상과 우유·설탕 등 각종 원부재료비 상승, 여기에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은 날로 악화일로다.

지속가능경영(Going Concern)을 꿈꾸는 초보(예비)창업자에게 자칫 현 상황은 삶에서 직면한 난중지난(難中之難)일 수 있다. '이창업, 난수성'의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할 때다.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