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되는 경기도교육청의 차세대 핵심 교육정책인 IB(International Baccalaureat·대학입학의 국제자격제도)가 '팥소 없는 찐빵'이 될 위기에 놓였다. 경기도의회 상임위 예산 심사과정에서 고교 교육과정과 대학입시를 연계하는 교원양성예산이 감액 조정됐기 때문이다.
IB 교육은 '국제 바칼로레아 기구(IBO)'가 개발한 국제 공인 교육과정으로, 기존 주입식 교육과 달리 논술·서술형 평가(바칼로레아)를 확대하고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도교육청은 내년부터 IB 관심학교 25개교에 예산을 투입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IB교육의 핵심은 교원양성이다. 객관식이 아닌 논술·서술형 평가로 이뤄지기 때문에 IB 교육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교원이 필요하다. 특히 고교과정은 대학입시와 연계돼 수험생을 평가 방식에 따라 공정히 채점할 수 있는 교원 양성이 더욱 필요한 실정이다.
도의회 교육위, 입시 과열 우려 조정
16일 예결특위 통과땐 초·중 가능
대학 입시에 도움안돼 좌초 우려
하지만 지난달 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예산 심사과정에서 '2023년도 IB 교육 운영' 사업비 32억1천985만원 중 '대학 연계 IB 전문가 양성' 5억원이 전액 감액 조정됐다. 해당 예산은 대학입시와 관련된 채점자 교원 양성과 현행 대학입시제도에 IB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교원을 양성하는데 사용된다.
감액 조정 이유는 섣불리 고등학교까지 IB 교육을 도입하면 입시 과열이 돼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교육기획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회의에 참석한 조성환(민·파주2) 의원은 "대학 입시 부작용 우려가 있어 양당이 합의해서 고등학교에 투입되는 IB 교육 예산은 감액 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이대로 감액 조정된 채 오는 16일 도의회 예결특위까지 통과하면 초등학교와 중학교 위주로만 IB 교육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또 대학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고등학교에서 IB 교육을 이수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교원 연수에 사용되는 예산이 일부 감액 조정됐다. 하지만 연수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원님들도 많이 계셔서 예산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IB 교육이 좌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엔 대학입시를 위해 초중고 교육과정을 거치는데 현 상황에선 대학입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IB 교육을 이해해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교원 양성을 하는데 기본적으로 3~4년은 걸린다. 그만큼 평가가 중요한데 채점관 없이 IB 교육을 시행한다면 '팥소 없는 찐빵'과 다름없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