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철수가 죽었다┃정이수 지음. 미소 펴냄. 312쪽. 1만5천원
표제작 '개철수가 죽었다'는 단짝 친구 술붕어와 개철수 사이의 '찐득한' 우정을 다뤘다. 술친구인 두 인물의 우정을 농익은 재치와 구수한 입담으로 그려내고 있다. 팬데믹 시대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듯한 일을 소재로 다루며 서민의 생활상을 그렸다.
팬데믹 시대 주변 서민의 생활상 그려내
'중고나라 러브스토리'등 12개 단편 실려
'중고나라 러브스토리'는 절약에 중독된 남자와 절약에 '중독되고 싶어하는'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절약중독 남자에 중독된 여자 이야기로 편견을 깨는 MZ세대 생존법을 눈물겹게 보여주면서 기성세대를 꼬집는다.
'울도'는 암에 걸린 여자가 병원 대신 여행을 선택하면서, 체코에서 만난 가이드 K와의 이야기를 담았다. 두 사람의 그림 같은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진다. 인간이 자신의 운명에 결박당한 존재로 느끼는 비극적 인식을 '울도'를 통해 드러낸다.
작가는 "첫 소설집을 출간하면서 '민낯을 보이는 것처럼 부끄러워 숨고 싶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며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두 번째 소설집을 내놓으며 나는 여전히 부끄럽고 숨고만 싶다"고 했다.
문광영 문학평론가는 "문장 곳곳에 발견되는 그의 해학과 유머에는 생의 진지한 의식까지 녹아있어 자신을 회감해 보게 한다"고 평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