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소기업·소상공인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정된 '지역상품 우선구매 조례'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9일 '인천시 지역상품 우선구매에 관한 조례'가 시행됐다. 인천시 공공기관이 물품 구매나 용역 계약, 공사 발주 등을 할 때 인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과 우선 계약하도록 도입된 제도다.
인천시가 해당 조례를 시행한 건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이다. 인천 중구와 부평구 등 기초단체들도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거나 입법 계획을 세우는 등 지역상품 우선 구매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우선 계약 관련법의 예외 조항 때문에 조례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중기·소상공인 우선 계약 제도
'2천만원 이하 수의계약 가능' 변수
2009년부터 시행 중인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판로지원법)상에는 '공공기관이 2억1천만원 미만의 물품 및 용역 계약을 체결할 경우 중소기업자와 우선 계약을 체결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판로지원법 시행령 2조에 있는 '2천만원 이하인 물품의 제조·구매·용역 계약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다.
인천에 본사를 둔 무인경비시스템 업체 대표 A씨는 최근 인천 한 기초단체가 공공기관 건물에 대한 무인경비시스템 신규 계약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역업체에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입찰을 준비했는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무인경비시스템을 운영하는 한 대기업이 이미 계약을 마쳤다는 것이다. 해당 대기업이 무인경비시스템 설치 단가를 2천만원 이하로 제시해 수의계약한 것이다. 지역상품 우선구매에 관한 조례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공공기관에 무인경비시스템 장비를 설치하고 보안체계 구축까지 완료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1억원 안팎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2천만원 이하로 단가를 책정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게 지역업계 반응이다.
"대기업 독과점 시도" 불만 사례도
중기부 "지자체 의지에 달린 문제"
A씨는 "대기업들이 판로지원법 예외 조항을 이용해 중소기업의 진입을 막고 독과점하려고 한다"며 "인천시가 광역단체 최초로 지역상품 우선구매 조례를 제정해 기대가 컸지만, 이런 문제가 있을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판로지원법 소관 부처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판로지원법 시행령상 수의계약 대상은 공공기관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지역상품 우선구매 조례의 취지를 살리는 건 지자체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지역상품 우선구매 조례를 대표 발의한 김종득(민·계양구2) 인천시의원은 "조례 시행 초기라 기초단체 공무원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천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우선 계약을 얼마나 추진하는지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