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OECD국가 가운데 실내 마스크 착용은 우리와 일본 정도다. 미국과 프랑스, 덴마크, 슬로베니아, 튀르키예(터키), 헝가리, 네덜란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아예 없다. 나머지 독일과 호주, 이탈리아 등은 의료시설이나 대중교통, 사회복지시설에서만 마스크를 쓸 뿐 실내에선 마스크 없이 생활한다. 심지어 '마스크 나라'로 불리는 일본조차 2m 이상 떨어져 대화가 없는 상황이라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최근 다녀온 카자흐스탄 역시 실내 마스크를 벗어 던진 지 오래다. 카자흐스탄으로 향하는 알마티 항공기 기내는 물론이고 체류 기간 동안 한 곳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강요받지 않았다. 대부분 나라들이 코로나 이전 일상으로 돌아간 반면 우리나라만 유독 실내 마스크를 고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들이라고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없어서일까.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단계를 지나 엔데믹(Endemic), 즉 세계적 전염병에서 풍토병으로 자리 잡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제는 획일적 방역보다 개인적 위생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대부분 나라 '전염병→풍토병' 인식
해외, 일상 돌아가… 우리만 '고집'
'강제화' 의지 억압 전체주의 발상
이장우 대전시장은 "1월 중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풀겠다"고 했는데 전문가 의견과 실효성을 근거로 한다. 이 시장은 "식당·카페에 들어갈 때만 쓰고, 먹고 마시는 내내 마스크를 벗는다. 앞뒤가 맞지 않다"며 형식적인 방역정책을 꼬집었다. 동의하지 않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대전시는 오는 15일까지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지침을 풀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행정명령을 발동해 해제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전시가 의무 착용을 해제할 경우 다른 지자체로 확산은 불가피하다. 이미 충남도가 호응하고 나섰다. 정부도 오는 15일, 26일 전문가 토론회를 열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달 중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시민의식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관성에 얽매인 행정 단면이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는 정부 정책이 얼마나 현장과 괴리돼 있는지 보여준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55%가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에 동의했다. 또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75%는 실내 마스크 착용을 해제해도 자율 착용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실내 마스크 자율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관건은 60세 이상 고위험 군을 집중 관리하고, 백신 추가 접종, 위험·중증 환자에 대한 조속한 치료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방역정치 기승 국가 정치적 미성숙
자율 존중이 민주주의 사회 걸맞다
마스크 착용이 영유아 언어와 정서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한양대학교병원 소아과 문진화 교수는 "장기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영유아 언어 지체 현상은 심각하다"고 했다. 뒷받침하는 설문조사도 있다. 지난해 서울·경기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709명에게 물었는데 응답자 75%는 마스크 착용으로 언어 노출과 발달 기회가 크게 감소했다고 답했다. 또 서울시와 대한소아청소년의학회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0~5세 어린이 45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언어발달(35%)과 인지발달(25%)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사소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마스크 착용은 자율과 선택 문제다. 착용 강제는 인간 의지를 억압하는 전체주의 발상이다. 방역 정치가 기승을 부린 나라 대부분은 정치적으로 미성숙하다. 중국이 대표적인데 중국 국민들은 최근 강압적인 방역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백지시위에서 비롯된 시위는 결국 방역정책 완화를 이끌어 냈다. 이란 '히잡 시위'도 마찬가지다. 히잡을 쓰든 벗든 이슬람 여성이 판단할 사안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도 연장선상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9월26일 실외 마스크 착용을 해제했지만 아직도 상당수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실내 마스크 또한 의무 착용을 해제하되 시민들 판단에 맡기는 게 온당하다. 대전에서 촉발된 마스크 논란이 우리사회 민주주의를 가늠하는 척도다. 자율 의지를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 사회에 걸맞다.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