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벤투 감독의 축구철학이 주목받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묵묵히 자기 길을 고수하여 한국 월드컵 사상 세 번째로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와 축구 리더십이 다시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빌드업 축구란 '공격 전개'란 뜻으로 골을 만들어내기 위한 공격 전개의 움직임과 작업을 말한다. 수비수에서 중앙미드필더를 거쳐 공격수에게 공을 전달하는 전술적인 과정이 그것인데, 이를 통해 상대방의 조직력을 무너뜨리고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요컨대 상대 분석을 통해 맞춤형 전략을 짜고 수적 우위를 확보한 다음에 상대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프리맨을 만들어내고 이 프리맨에게 전진패스 또는 침투패스를 찔러주어 득점 찬스를 노리는 방식이다. 빈 공간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기습적인 롱패스를 통해 득점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서는 패스·드리블·볼 키핑·크로스 등 선수 개인의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이와 함께 정확한 패스를 통한 공격 진로 구축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지난번 우루과이와 맞붙은 조별 리그 1차전이 바로 벤투식 축구의 전형이다. 벤투의 빌드업 축구에 말려 우루과이는 자신들의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우리는 정확한 패스 플레이와 흐르는 볼들을 모두 따내면서 공격과 수비에서 90분 내내 경기를 주도해,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비겨 승점을 챙길 수 있었다. 2차전 상대인 가나가 이에 대비하고 나오자 이강인 등 선수 교체를 통해 전술 운용에 변화를 주고 긴 패스로 조규성의 멀티 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포르투갈과의 3차전에서 이기고 우루과이가 가나에 이기되, 우리보다 다득점에서 밀려야 하는 실낱 같은 가능성을 뚫고 마침내 감동적인 16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선수들은 이런 벤투 감독을 향해 벤버지(벤투+아버지)라 부르며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잘 따랐다고 한다. 이런 리더십이 지금 우리 정치와 경제에도 필요하다. 우리 정치권이나 경제 수장 가운데 벤투처럼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리더들이 있는가? 자기철학과 분명한 방향을 가진 리더가 있는가? 벤투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은 우리의 정치, 경제 현실이 그만큼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