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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도 먹어도 계속 배고픈 아이, 게으르거나 식탐이 많다고만 생각해도 될까. 전 세계에 보고된 환자가 100명 정도밖에 없는 희귀병 '로하드(ROHHAD) 증후군'은 심한 비만과 시상하부 기능장애, 호흡부전, 자율신경 조절장애를 동반하는 증후군이다. 병의 이름인 로하드는 바로 이러한 특징적인 소견들의 첫 글자를 땄다.

로하드 증후군 환자들은 대부분 정상 성장 발달을 보이다가 비교적 이른 나이인 만 1.5세 전후 시기 심한 비만이 발생한다. 이때 6~12개월 사이에 10㎏ 이상의 체중 증가와 함께 호흡 곤란이 나타난다.

시상하부는 호르몬 조절을 통해 성장, 에너지, 성적 성숙,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로하드 증후군에서 나타나는 급격한 체중증가는 시상하부 기능장애의 첫 번째 증상이며, 이외에도 수분 조절 장애로 인한 저·고나트륨혈증, 중추성 갑상선저하증, 성장호르몬 결핍, 부신피질부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호흡곤란, 체온 조절 장애, 심혈관계 증상, 소화기 장애 등은 자율신경 조절장애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특히 로하드 증후군 환자들은 폐쇄수면무호흡과 함께 수면 중의 폐포저환기(폐포 내 공기 교환이 나쁜 것)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며, 이런 호흡 곤란 증상은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심폐정지로 이어져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만 1.5세 전후 심한 비만… 시상하부 기능장애
호흡 곤란 특징… 심폐정지 이어져 생명 위협
명확한 치료법 없어 증상 따른 대증치료 필요


로하드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적 원인에 대한 연구들이 있지만, 정확한 원인 유전자가 밝혀지지 않았고, 이 외에도 후천성, 자가면역, 신생물 등과의 연관성에 대한 가설들도 있다. 진단은 임상 기준에 근거해 이뤄진다.

이전에 건강하던 소아에서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가 나타나는 경우, 높은 프로락틴(체내 유즙 생성과 분비를 자극하는 호르몬) 수치, 낮은 갑상선 호르몬과 코티졸(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수치,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은 나트륨 수치 등이 진단의 근거 등이 될 수 있다.

또 로하드 증후군으로 의심되거나 진단된 환자는 수면 무호흡 징후를 검사하기 위해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하고, 흉부와 복부 영상 검사, 심장 기능에 대한 검사 등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로하드 증후군의 치료와 관리는 어떻게 이뤄질까. 질병관리청은 로하드 증후군의 경우 명확한 치료법이 없으며, 증상에 따른 대증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조절로 체중을 관리하고, 양압환기를 사용해 호흡 곤란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심한 느린 맥박이 있는 경우 심박동기 삽입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뇌하수체 기능 저하에 대해서는 각각 필요한 호르몬을 보충하고 적절한 수분 섭취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한 주기적인 검진도 필요하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