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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27년, 아기를 볼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어떤 이유인지 여성들은 임신하지 못했고, 후대가 끊긴 인류는 파멸로 향한다. 아이가 없는 영국 런던에선 이민자들 폭동·폭력으로 골치를 앓는다. 정부는 무차별 진압과 함께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 고령자들에 자살 약을 배부하는 정신 나간 짓을 한다. 이처럼 절망스런 시기에 시민결사대가 임신한 만삭의 흑인 여성을 인류의 희망인 '내일(Tomorrow) 호'에 데려다 주기로 한다.

2016년 영국과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은 저출산을 넘어 여성들이 임신 자체를 못하는 극단 상황을 그렸다.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연출하고 클라이브 오웬, 줄리앤 무어 등 유명배우들이 열연했다.

영화는 온갖 역경을 뚫고 해안가에 도착해 보트를 탄 흑인 여성과 아기를 '내일 호'가 발견하면서 끝을 맺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어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의미하는 'Shantih Shantih Shantih' 자막이 흐른다.

초저출산 여파로 전문의들의 소아청소년과 기피현상이 심각하다. 올해 전공의(레지던트) 모집에서 세브란스 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정원 11명에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가톨릭 중앙의료원은 13명 정원에 1명만 지원했고,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도 정원에 미달했다. 전국으로 확대해도 정원의 20%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아청소년과 의료시스템이 붕괴할 거란 우려도 현실이 되고 있다. 가천대길병원은 최근 소아청소년과 인력 부족으로 입원 환자 진료를 중단했다. 병원 측은 전공의 수급이 수년째 막히면서 전공의 1명만 남아 입원 환자를 진료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일단 내년 2월까지로, 전문의가 충원되면 입원환자 진료를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천을 대표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소아입원환자 진료 중단은 충격적이다. 전국 여러 대학병원도 대동소이한 사정이라고 한다. 어린이들을 돌봐줄 전문의가 없다면 미래 세대의 건강과 성장 발달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1인당 0.73명 수준인 저출산이 걱정을 넘어 공포(恐怖)로 치닫고 있다. 영아들 울음소리가 끊긴 나라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