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코호트 격리된 노인요양시설들이 정부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12월12일자 6면 보도='코호트 격리 수당 꿀꺽'… 의혹, 사실로)된 가운데 피해를 본 요양보호사들이 관련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심지어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는 원장이 운영을 중단하고 잠적하면서 지원금 지급 요구조차 못 하는 요양보호사들까지 생겼다.
26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코호트 격리 지원금을 미지급한 인천 노인요양시설 17곳 중 11곳에서 미지급한 지원금을 요양보호사들에게 지급했다. 나머지 6곳은 이달 안에 지급할 계획이며, 인천시는 지원금이 제대로 지급되는지 관리·감독할 예정이다.
현장점검 결과 220곳중 17곳 착복
그간 원장 등 시설책임자가 배분
심지어 일부시설은 '잠적' 돈 떼여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로 코호트 격리된 요양보호사 등 시설 종사자들의 연장 근무를 보상하기 위해 올 4월부터 노인요양시설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코호트 격리된 노인요양시설이 건강보험공단에 지원금을 청구하면 공단은 코호트 격리 기간과 종사자 수 등을 고려해 지원금을 지급했다. 지원금을 받으면 요양원장 등 시설 책임자가 이를 종사자들에게 배분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에서 지원금이 빼돌려지거나 잘못 지급되고 있다는 요양보호사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월 현장 점검을 벌인 결과 인천 노인요양시설 220곳 중 17곳에서 요양보호사들에게 지급할 지원금 약 4억9천만원을 미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시설에 지원금 지급 계획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전히 코호트 격리 지원금이 요양보호사들에게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 계양구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허모(54)씨는 "지난 봄에 코호트 격리 지원금을 받았는데 일한 만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최근에도 코호트 격리를 했다. 이 격리에 대한 지원금도 시설관리자를 거쳐 받게 될 텐데 제대로 지급을 못 받을까 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요양원이 문을 닫으면서 지원금의 행방조차 모르는 요양보호사들도 있다. 인천 남동구 한 노인요양시설에 근무하던 김모(68)씨는 원장이 지난 7월 요양원 문을 닫고 잠적하면서 수개월째 코호트 격리 지원금을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김씨는 "요양원장이 지원금을 정확히 어디에 썼는지 알 길이 없다. 지원금을 못 받았는데 원장과 연락이 끊긴 상태"라며 "지원금을 요양보호사들에게 직접 지급했으면 없었을 일이다.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가 힘써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노인요양시설 관계자에게 지급 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만약 이에 응하지 않으면 형사 고발 등 법적 절차를 거쳐 지원금을 환수한 후 요양보호사들에게 지급할 방침이다.
강은미 의원실 "복지부에 개선 요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관계자는 "인천에 이어 전국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도 진행 중인 만큼 지원금을 미지급한 사실이 더 드러날 것"이라며 "요양보호사 등에게 직접 지원금이 지급되도록 관련 제도 개선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