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와 마스크는 생애 절반 이상을 함께한 각별한 사이다. 이 마스크 때문에 나는 막내와 종종 승강이를 벌인다. 외출길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겨주려 하면 내 손길을 피하며 벗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기 일쑤다. 밖에서는 괜찮다고 차분하게 설명해도 "벗기 싫다"라며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오히려 마스크를 손으로 감싸 쥐고 뒤로 물러서며 마스크를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몸짓을 보인다. 비슷한 일은 최근까지 반복된다. 마스크를 분신처럼 챙기고, 벗는 것을 불안해하며 마스크 없는 얼굴을 몹시 불편하게 느끼는 막내의 모습을 보면 매번 참 속이 상한다.
속상한 일은 또 있다. 막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알림장 앱'으로 가끔 보내오는 활동사진 속 친구들과 막내의 사진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건지 두려워하는 건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 또 몇 년을 지켜봤음에도 막내의 친구들 얼굴 절반 이상은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 막내는 아빠는 친구 이름도 모른다며 나를 꾸짖는다.
물론 마스크의 효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마스크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마스크와 함께 살아온 지난 몇 년 동안 어쩌면 잃은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 정부는 이르면 내년 1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조만간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는 기준을 마련해 설명한다고 했다. 정책적 판단은 득과 실을 잘 따져 내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는 커가는 어린 아이를 우선 생각해줬으면 한다. 막내가 더는 나와의 승강이 없이 자신 있게 마스크를 벗어 던지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호 인천본사 문체레저부 차장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