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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SPC그룹 본사 앞에서 여성시민노동단체들이 'SPL 중대재해 사망사고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규탄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이다. 2022.10.26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SPC계열 평택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사고로 숨진 이후 대대적으로 벌어졌던 불매 운동(10월 27일자 2면 보도 = SPC 멤버십 해피포인트도 "안 써요" 온·오프라인 불매 확산)은 사고 발생 두 달이 지난 지금 서서히 옅어지는 모양새다. 제빵업계의 가장 큰 대목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파리바게뜨를 찾는 발길이 다시 늘어난 가운데, 일상에서 작게나마 불매 운동을 이어가는 이들도 여전한 추세다.

크리스마스를 열흘 앞둔 지난 15일, 수원시 장안구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엔 오전부터 테이블 3분의2가 차있었다. 빵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도 끊이지 않았다. 적어도 해당 매장에선 불매 운동이 있었다는 점을 느끼기 어려웠다. 매장 문엔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 안내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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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6시 평택역 광장 앞에서 SPC 청년 노동자 추모 문화제가 진행됐다. 사진은 헌화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 2022.10.21 /김산 기자 mountain@kyeongin.com

점주들은 불매 운동 여파가 여전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회복세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곳 점주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을 보면 지난해보다 10% 정도 줄어들긴 했는데, 조금 나아지긴 했다"고 말했다.

수원시 팔달구의 다른 파리바게뜨 점주도 "사건 직후엔 매출이 3분의1 정도로 줄었다. 불매 운동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멀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을 받으면서 다른 빵 매출도 서서히 올라가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파리바게뜨 매장 찾는 발길 늘어나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 '회복세'

파리바게뜨를 비롯한 SPC그룹 계열사에 대한 불매 운동은 지난 10월 15일 SPC 계열 평택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작업 도중 숨지면서 촉발됐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SPC계열사 명단을 공유하며 관련 제품을 구매하지 말자는 운동이 확산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불매 운동이 불붙을 당시에도 가맹점주들에게만 애꿎게 피해를 준다는 의견이 제기됐는데, 매출 감소를 호소하는 점주들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목소리도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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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7시께 찾은 성남 샤니 빵공장. 지난 23일 이곳에서 노동자가 작업 도중 기기에 손가락이 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2.10.24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여기에 겨울철이 되면서 SPC삼립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호빵 판매가 본격화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파리바게뜨 케이크가 입소문을 타고 있는 점도 분위기 전환에 한몫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이번에 유독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파리바게뜨 케이크 안 사려고 했는데 솔직히 고민된다'는 반응을 볼 수 있었다.

삼립 '호빵' 타고 증권가 매수 의견
일각에선 대체품 찾기 이어가기도

이런 상황 속 불매 운동이 벌어졌던 올 4분기 SPC삼립 매출에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12일 SPC삼립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하며 "불매 운동으로 파리바게뜨는 매출 타격이 상당한 반면, SPC삼립의 판매 실적엔 크게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다만 삼립 호빵의 대체품을 찾거나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을 다른 곳에서 하는 등 불매 운동을 이어가는 모습도 일각에선 여전하다.

고양지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호빵을 먹고 싶은데 삼립호빵 밖에 없다'며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문의하는 글이 올라왔다. 인천지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늘 파리바게뜨에서 사곤 했는데 올해는 투썸플레이스 케이크를 고민 중'이라는 게시글이 있었다.

/강기정·서승택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