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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일본의 연말 정국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회)의 문제가 현안이다. 일본 아베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테츠야(山上徹也)는 범행동기를 헌금 문제라고 했다. 20년 전 어머니가 많은 돈을 통일교회에 헌금하였고, 가족이 비참한 운명을 걷게 됐다는 주장이다. 실태조사에 나선 일본변호사협회는 11월29일 피해상담을 분석해 발표했다. 발표대상이 된 309건이 옛 통일교회의 재산적 피해와 관련된 것이었다. 발표된 피해 관련 내용을 보면 5천만엔 미만이 97건, 1억엔 미만 14건, 1억엔 이상 17건 등이었다.

현재 일본의 정치권은 통일교회의 책임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옛 통일 교회 피해자를 구제하는 법률인 '피해 방지 및 구제 법률'이 12월10일 자민당과 입헌민주당 등 여야 합의로 제정되었다. 법률은 마인드컨트롤이나 사기 판매 방법( 感商法)에 의한 기부 등 악의적 기부를 규제하고 있다. 피해 구제를 위해 기부를 취소할 수 있는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만약 기부한 본인이 취소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 자녀 등에게 일정한 범위에서 취소권을 인정하고 있다. 개인에게 빚을 내거나 집 등을 팔아 헌금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금지행위를 위반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1970년대 부터 국제승공연합 옹호
유사 가치관 첨병役 자민당과 인연
세력확대·선거활동 돕는 관계 형성


한편 문부과학성은 통일교회에 대해 '종교법인법'에 근거한 일종의 조사권을 행사했다. 기시다 총리는 '옴진리교'에 해산명령을 인정한 도쿄고등법원의 '조직성, 악의성, 계속성' 등의 요건에 대한 검토를 밝혔다. 특히 법률에서 해산명령의 요건으로 거론되고 있는 '법령을 위반하여 현저히 공공의 복지를 해친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일교회 교단이 2009년 준법을 선언한 이후 어떻게 지켜왔는지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답변과 조사를 통해 해산명령 요건에 해당하면 법원에 해산 청구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통일교회 신자가 통일교회와 관계를 끊겠다는 도야마(富山) 시의회 결의가 일본 헌법이 정한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에서 통일교회가 거대한 종교조직으로 발전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대학이나 언론사 등도 소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통일교회가 일본에서 뿌리를 내렸는가. 통일교회가 어떻게 자민당과 연계되어 일본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였는가. 일본 언론은 그 뿌리를 국제승공연합과 관련된 시대 배경에서 찾고 있다. 1970년대부터 박정희 대통령, 대만의 장제스 총통, 일본의 사토 총리 등이 국제승공연합을 옹호했다는 것이다. 당시 미소 냉전, 쿠바 위기, 베트남 전쟁, 중국의 유엔 가입과 대만의 축출 등 국제적 질서가 요동치고 있었다. 바로 이때 국제승공연합이 유사한 가치관과 경제질서를 옹호하는 첨병 역할을 하면서 자민당 등과 관계가 맺어졌다는 주장이다. 일본 각료들이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종교단체가 이를 이용해 세력을 확대하고, 그 대가로 선거 활동 등을 돕는 관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통일교회가 자금 마련을 위해 '도자기' 등을 신자에게 판매한 것은 그 이후의 일이라고 주장한다. 통일교회가 역사적인 한일관계를 이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이 강점기를 통해 한국에 대해 죄를 저질렀고, 역사적 죄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헌금을 요구했다는 것. 사실관계는 확인해야 하지만 일본의 강점기에 대한 죄를 종교단체가 물을 수 있는가. 일본의 신자들이 강점기에 대한 속죄를 과연 기부방식으로 하였는가. 일본 기업과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반대하고 있는 현실에서 보면 매우 관심을 끄는 주장이다.

우리는 종교와 정치의 연관 터부시
이제는 본격적인 검토·논의할 시점


우리 헌법은 정교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의원내각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일본의 경제계와 공명당의 사례를 들어 재벌과 종교가 지배 세력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재벌기업과 정치자금의 문제는 수도 없이 단죄해왔다. 하지만 종교와 정치의 관계는 터부시되고 있다. 우리의 종교와 정치의 관계가 어떠한지. 종교법인의 헌금이나 재산 증식에 문제가 없는지. 우리도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논의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