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선 항공기 객실 승무원 A(40)씨는 기내식 제공 시간이 올 때마다 마음이 불안하다고 했다. 승객 인원이 100명일 경우 기내식은 A메뉴 60개, B메뉴 40개 등으로 구성된다. 특정 메뉴에 수요가 쏠리면 해당 메뉴를 먹지 못하는 승객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주문하려던 메뉴가 전부 소진됐을 때 일부 승객은 '돌변'한다는 게 A씨 설명이다. 언성을 높이며 불가능한 음식을 주문하는 건 기본이고, 승무원 얼굴에 빵을 던지거나 욕설을 내뱉는 승객도 있다.
A씨는 "기내식 외에도 비행기 도착이 지연되는 등 여러 상황에서 저희에게 화를 내는 승객이 많다"며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처럼 무리한 요구를 하며 인격 모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회사에 보고해도 회사는 승무원들의 피해가 아닌 '왜 고객이 불편을 느꼈는지'에만 초점을 맞춘다"며 "인사상 불이익이 생기진 않을까 그냥 혼자 감당하고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7개 직종 1046명 대상 설문 결과
조직문화 영역, 100점 중 45.6점
피해자 지원 영역은 40.3점 집계
인천지역 감정노동 종사자들은 감정노동 보호 체계가 미흡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최근 '감정노동 종사자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마무리했다. 조사 대상에는 보육교사, 상담 전문가, 사회복지 업무 종사자 등 공공부문을 비롯해 콜센터 안내원, 판매업 종사자, 항공기객실 승무원, 간호 업무 종사자 등 민간부문까지 포함됐다.

민간부문 감정노동 종사자에 대한 실태 파악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응답자는 7개 직종 1천46명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권리 보장 수준'을 묻는 항목(100점 만점)에서 '조직문화 영역'은 평균 45.6점을 기록했다. '감정노동 보호를 위한 내부 규범 마련·이행' '무리한 요구·폭언·폭행을 금지하는 문구 게시 및 음성 안내' '감정노동 실태 파악을 위한 모니터링 및 의견 수렴' 등 5개 항목에 대해 5점 척도로 질문하고 이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결과다.
'피해자 지원 영역'에서는 '피해 발생 시 민원인과 피해자 분리' '직장 내 심리 상담 프로그램 제공' '직장 밖 심리 상담기관 이용 지원' 등 5개 항목을 평가했는데, 평균 40.3점으로 집계됐다. 50점 미만의 낮은 점수라는 건 대부분 항목에서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 등 부정적 답변이 나온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권익 침해 유형'에 대한 질문에는 '무리한 요구를 당했다'는 응답자가 32.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인격 무시 발언(24.4%)' '폭언·욕설(21.7%)' '민원 제기 협박(12.5%)' 등 순이었다.
이번 실태조사를 담당한 연구진은 "정량적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했을 때 인천 내 주요 7개 직종의 감정노동은 정신적 폭력에 노출돼 있다"며 "감정노동 종사자들이 폭력적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한편, 온전한 회복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그동안 간과했던 민간부문 감정노동 종사자의 실태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각 부문에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시행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민간부문 종사자, 공공보다 더 '멘탈 붕괴'… 보호체계도 더 열악)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