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노동 개편 관련 점심시간 이동하는 근로자들3
22일 인천의 한 산업단지에서 오전 업무를 마친 노동자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인 근로시간을 최대 69시간까지 유연하게 운영하도록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광역시 중 노동시간이 최상위권에 속하고 있는 인천 노동자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2.12.2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인천 지역 노동자들이 이른바 '주 69시간 근무제' 등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노동정책 발굴 등을 위해 발족한 전문가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최근 '노동시장 개혁 방안 정부 권고문'을 발표했다.

현행 주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인 근로시간을 최대 69시간까지 유연하게 운영하도록 개편하자는 게 권고문 핵심이다. 이 경우 총 근로시간은 크게 변하지 않지만, 1개월에 208시간의 근로시간 한도를 정하는 등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연장근로 기준을 설정해 기업이 탄력적으로 근로시간을 관리하게 된다.

정부가 이 권고안대로 노동정책을 개편하면 장시간 일하고 있는 인천 노동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인천 남항 인천컨테이너터미널(ICT)에서 일하는 A씨는 "배가 출항할 때까지 일을 끝내야 하다 보니 주 52시간도 지키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지금도 업무가 과중한데 회사는 인력 충원에 소극적이다. 만약 69시간까지 근무시간이 늘어나면 현장 노동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
일·생활균형지수 꼴찌 수준
휴게시간 보장 등 우선 지적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0년 지역별 일·생활 균형 지수'를 보면 인천의 일·생활 균형지수는 49.7점으로 서울시를 포함한 특별·광역시 중 광주(48.5점) 다음으로 낮았다. 전국 평균은 53.4점이다. 일·생활 균형 지수는 지역의 총 근로시간, 초과 근로시간, 평일 여가시간, 육아휴직 사용 사업장, 일·생활 균형 조례 여부 등으로 산출한다.

인천 노동계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진숙 민주노총 인천본부 정책국장은 "인천도 예전보다 고부가가치 산업이 늘었지만, 여전히 제조업 등 중소 영세사업장이 주를 이룬다"며 "저임금 노동자가 많고, 임금을 더 받기 위해 초과 근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특별연장근로 등 탄력적 연장근로제도를 경험한 노동자들 사이에선 제대로 된 휴게시간 보장 등 노동 환경이 갖춰지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연장근로는 재해·재난 수습, 업무량 폭증, 국가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한시적으로 주당 12시간 이상의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것이다.

인천의 한 대형사업장에서 일하는 B씨는 "특별연장근로 시행을 앞두고 회사가 연장근로에 따른 휴게시간은 보장하지 않은 채 근로시간을 늘리려 해 반발했던 기억이 있다"며 "장시간 근무에 따른 피로로 인한 사고도 걱정되는데 마땅한 대책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과로사 인정 기준이 '직전 3개월 주 60시간 이상 노동', '직전 1개월 주 64시간 이상 노동'인 점을 고려하면 주 69시간 근로제는 노동자의 과로를 초래하는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며 "특별연장근로 등 연장근로를 유연하게 쓸 수 있는 제도가 이미 존재한다. 정부는 이런 제도를 보완·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