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와 육아를 병행하면서 틈틈이 일하는 이른바 '비정기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익을 보호할 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기북부비정규직지원센터는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경기북부 4개 지자체(구리·남양주·의정부·양주)에 살고 있는 기혼여성 1천여명을 대상으로 노동실태를 조사했다고 23일 밝혔다.

방문교사, 보험 판매원, 시간강사, 요양보호사, 아르바이트, 택배 포장, 마트 판매 등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기 여성 노동자들은 온라인 설문조사 937건, 심층면접 97건, 자조모임 10회에 걸쳐 진행된 실태조사를 통해 사회적 관심과 행정적 지원 필요성을 호소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682명(72.8%)이 개인점포, 편의점, 공장, 기업체 등에서 비정기 노동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복수응답이 가능한 이 질문에서 446명(47.6%)은 사적인 고용과 같은 개인 업무지원을 한 적 있다고 했으며, 180명(19.2%)은 공공근로를 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있는 여성들이 경험한 노동은 기간이 정해진 단순 아르바이트(501명, 53.5%)가 가장 많았다. 일이 있을 때만 나가는 아르바이트(322명, 34.4%), 특정 경력이나 기술을 가지고 정해진 기간 동안만 한 계약직 업무(105명, 11.2%)가 뒤를 이었다.

비정기 노동을 하는 시간에 대해선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을 갔을 때'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58.8%(542명)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일과 돌봄을 함께 한 경우가 18.4%(173명)였으며, 가족 돌봄과 상관없이 시간을 내 일한 경우가 10.9%(103명)이었다.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일했다는 응답자도 9.6%(90명)로 적지 않았다.

비정기 노동을 하는 이유는 응답자의 55.8%(523명)이 아이 교육비 등 가족경제를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48.75%(456명)는 자녀 및 가족 돌봄과 병행하기 위해, 29.2%(272명)는 나 외에 가사일을 할 사람이 없어서, 27.2%(255명)는 내 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없어서라고 했다.

비정기 노동을 한 여성 가운데 상당수는 노동권익을 보호받지 못해 피해를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복수응답이 가능한 이 질문에서 전체 응답자의 41.5%(389명)이 사전 합의 없는 근로시간 연장 경험이 있었고, 임금체불(입금지연) 피해를 본 응답자도 26.6%(249명)에 달했다. 그밖에 계약조건의 변동(241명, 25.7%), 업무비용의 개인 부담 요구(158명, 16.9%), 부당한 업무지시(158명, 16.9%) 등의 피해도 있었다.

비정기 노동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국가가 운영하는 일자리 소개 플랫폼(51.8%) ▲국가 지원 4대 보험 적용(47.3%) ▲비정기 일자리 업무에 있어 악질 이용자 블랙리스트 운영(44.4%) ▲비정기노동자통합지원센터 설립(41.4%) ▲임금연동 경력인정제도 도입(36.1%) 등이 제시됐다.

경기북부비정규직지원센터 관계자는 "양육과 돌봄으로 비정기·초단기 노동밖에 할 수 없는 유자녀 여성의 노동에 대해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비정기 노동에 대한 존중과 함께 주부의 사회경제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