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끝없는 성장을 전제로 합니다. 자유 시장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주체들은 각자 자리에서 생산과 소비 활동을 이어가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새로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 내는 선순환을 이룹니다. 경쟁 안에서 만들어 낸 혁신적인 상품은 소비를 촉진 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진보된 사회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 큰 흐름 속에 자본시장을 이루는 주식·채권·은행과 같은 금융권과 부동산 시장은 투자 가치로서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며 실물 경제를 뒷받침하죠.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단기적으론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오가지만 전체로 보면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성장하는 게 특징입니다.
한국의 경우, 2020년 시작된 유례없는 부동산·주가 급등 국면이 지난해부터 식어가며 불황의 초입에 들어왔습니다. 내년도 성장률이 1%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코로나19 직전까지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됐고, 코로나19에는 더 많은 유동성이 공급됐고 국제 분쟁이 겹치며 경제가 좋을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 장기화·국제분쟁 겹쳐 악화
내년 성장률 1% 전망속 금리 급등
시중에 풀린 많은 돈은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이런 현상을 지칭하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합니다. 금리 인상은 돈을 빌린 시민들에게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물가가 잡힐 때까지 이어지는 물가 상승 역시 생활고를 더하는 요소가 됩니다. 한 번 오른 물가는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받아들여야 할 뿐입니다.
월급은 늘지 않는데 물건 값(물가)은 오르고, 집이나 자동차 혹은 생활비로 사용하려 금융권에 융통한 돈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대중목욕탕 가격이 1만원에 달하게 된 것입니다.
수원시 장안구의 한 목욕탕은 지난 11월까진 주간 기준 성인 요금이 9천원이었지만 12월부턴 1만원으로 가격을 올렸습니다. 야간 요금 역시 1만원에서 1만1천원으로 인상했죠. 권선구의 목욕탕도 가격이 1만원입니다. 지난 1월까지 7천603원이었던 경기도 목욕탕 요금은 지난달 8천500원으로 무려 11.8%가 올랐습니다.
다른 개인서비스 품목도 마찬가지입니다. 경기도 세탁소 요금은 올 1월 평균 7천345원이었지만 11월엔 7천897원으로 7.5% 올랐고,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는 이용비도 1만2천793원에서 1만3천276원으로 3.8% 인상됐습니다.
미용실 요금은 1만6천648원에서 1만7천476원으로 5% 상향됐고 여관 숙박비도 4만1천원에서 4만2천517원으로 3.7%가 올랐습니다. 몸을 씻고, 깔끔하게 옷을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하는 생활의 질과 관련된 서비스 품목이 일제히 가격을 올린 것입니다.
목욕탕 '1만원' 생활 요금 줄인상
자본주의경제 '우상향' 호·불황 반복
새해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대해 "내년에 상당폭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서비스 품목뿐 아니라 다른 요금도 오를 것이 분명합니다.
한국이 지난 70년, 다른 나라들이 1세기에서 2세기 정도 경험한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늘 우상향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뒤돌아보면 언제나 성장해 왔던 것이 과거 경험이 증명하는 역사입니다. 다만 호황·불황은 매번 반복됐습니다. 지금은 불황 국면입니다.
불황을 견딜 수 있는 경제 체력을 가진 이들은 다가올 호황을 대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 시민들에게 불황은 절망적이기까지 합니다.
세밑 불황의 칼바람이 매섭습니다. 서로의 온기를 나눠주며, 불황을 견뎌야 할 시기입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