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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작가가 지난 2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장례식장 홈페이지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조세희 작가가 지난 25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빈소는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28일 오전 9시다. 고인은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났고, 서라벌예대와 경희대를 졸업했다. 유가족으로는 최영애 여사와 아들 중협, 중헌이 있다.

고인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우리나라 노동문학의 한 정점을 찍었다.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후 작품 활동을 하지 않다 1975년 '칼날'을 발표하며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3년 동안 '문학과 지성', '창작과 비평' 등 8곳에 연작소설 12편을 발표했는데, 이를 묶어 1978년 6월 출간한 것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이 작품은 '난쏘공'이라는 줄임말로도 불린다. 난쏘공은 출간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셀러'다. 2017년에 300쇄를 찍었고 현재까지 누적 발행 부수가 148만부에 이른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즘 소설이 대세였던 당시 '난쏘공'의 등장은 문학사에 중요한 사건으로 남는다. 군사정권의 검열을 피해 '끝까지 살아 독자에게 전달되는 소설'이 됐다.

고인은 특히 우리나라 노동운동 역사에서 중요한 도시 인천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 난쏘공의 주요 배경인 '은강'은 인천이고, '기계도시'로 설명되는 작품 속 공장지대는 동구 만석동이다.

'괭이부리마을'로 유명한 김중미 작가는 고인의 '난쏘공'을 읽고 만석동 빈민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김중미가 2021년 펴낸 '곁에 있다는 것'에는 1997년 고인과 만난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선생님 소설을 읽고 빈민 운동을 하게 됐다"는 김중미에게 고인은 "제가 몹쓸 짓을 했네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난쏘공의 도시 '은강'은 김중미의 소설 '곁에 있다는 것'에 등장한다. 고인이 승락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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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즘 소설이 대세였던 당시 '난쏘공'의 등장은 문학사에 중요한 사건으로 남는다. /경인일보DB

고인의 작품은 자라는 학생들에게도 중요한 작품으로 읽힌다. 고교 문학 교과서에는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라는 고인의 수필과 '난쏘공'을 각색한 박진숙 작가의 드라마 극본이, 또 '난쏘공'이 실려있다. 왕지윤 인천보건고 국어 교사는 "1970년대 산업화 사회에서 보여주었던 시대적 풍경이 21세기가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현실인식이 가장 크게 잡혀 있는 듯하다"면서 "은강이라는 가상의 도시가 인천이 가지고 있던 근대화 도시 개발과정에서 소외된 우리들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폭로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2014년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내가 (건강이) 아주 안 좋아 아무도 못 만나요. 나중에 나아지면 만나기로 해요"라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