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에서 공공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현대화 사업이 필요한지, 어떤 사업 방식이 나은지 등을 두고 주장과 논리가 엇갈린다. 공공시설물을 헐고 짓는 문제에 있어 건강한 논쟁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나오는 주장 중엔 잘못된 정보나 오류에 기반한 것도 적지 않다.
이에 5편에 걸쳐 의정부시 공공하수처리장과 관련한 논점을 정리하고 주장의 사실관계를 확인해본다. → 편집자 주
의정부시 장암동에 공공하수처리장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87년 12월이다. 인구가 증가하고 처리해야 할 하수가 늘어나면서 제2처리장(1995년 5월 준공), 제3처리장(2003년 12월 준공)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정부 시행규칙 상 건축물의 내용연수(사용 가능한 햇수) 기준이 수처리시설은 30년, 슬러지 처리시설은 20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제1처리장은 이미 사용기한을 훌쩍 넘긴 셈이다. 제2처리장도 곧 수명을 다한다.
이런 가운데 현대화 사업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2016년 한강유역환경청이 하수처리장에서 방류하는 물의 오염 기준을 강화하면서부터다. 당시 환경부는 한강으로 유입되는 물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 방류수에 적용하는 BOD(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기준을 기존 10㎎/L에서 3㎎/L로 대폭 낮췄고, 지어진 지 30년 가까이 된 시 공공하수처리장으로선 이 기준을 지키는 것이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실제 지금도 시 공공하수처리장의 방류수는 이 기준을 넘길 때가 있는데 현대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유로 과태료 적용을 유예받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오는 2030년부턴 방류수 내 질소와 인의 농도도 현재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내용연수 30년 넘어 수명 다해
시설물 일부 보수·개량 사용 주장
市 "겉모습만 멀쩡 재건설 타당"
과거보다 처리하기 힘든 하수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현 공공하수처리장은 BOD 151㎎/L 이하의 물을 처리하도록 설계됐지만 도시화로 유입되는 하수의 오염 정도가 심해지면서 최근엔 BOD 평균 164㎎/L, 최고 239㎎/L에 이르는 고농도의 하수를 처리하고 있다.
다만 장암동 공공하수처리장의 구조물만은 아직 '쓸만한 정도'다. 일부 시민은 이 시설물이 2021년 1월 진행된 정밀안전진단에서 'B등급'을 받은 점을 들어 일부 보수 또는 개량만으로 더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친다.
장수봉 전 시의원은 "구조적으로 사용 가능한 현 시설물을 굳이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면서 "최대한 현 시설을 보수·보강해 쓰면서 자체 재원을 마련, 재정사업으로 현대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는 "허우대만 멀쩡할 뿐,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시설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자 비경제적"이라고 반박한다. 또 강화된 방류수 수질 기준을 충족하려면 추가 시설 설치가 불가피하며, 그마저도 부지가 협소해 여의치 않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이미 2019년 환경부 용역결과에서 의정부 공공하수처리장의 경우 기존시설 개량보다 재건설이 타당하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면서 "기존 시설에 덧대기 식으로 추가시설을 만들면, 기존 시설의 안전성과 운영효율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 또 처리시설 일부만 추가하는 몇 가지 대안을 검토한 바 있지만, 모두 공간 부족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