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한다고 다 기사가 되는 게 아니다. 쓰지 않아서, 쓰지 못해서, 혹은 쓸 수 없어서 수첩에만 남겨진 기록이 더 많다. 한 꼭지 기사가 독자에 전달되기까지 촘촘한 협업체계가 가동된다. 각 부서에서 채택된 소재는 편집회의에서 지면 배치, 방향, 크기, 형태가 정해진다. 예를 들어 스트레이트(Straight), 박스(Box), 아니면 해설 달린 스트레이트 등등. 이후 기사 송고, 데스킹(Desking), 편집, 교열을 거쳐야 지면에 실리는 것이다. 제작과정에서 팩트 체크와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이 반복돼 오류 가능성을 줄인다. 그래도 때로 '기레기'란 불편한 소리를 들어야 한다.
인터넷 언론사 대표기자 박종명과는 일면식이 없다. 지난해 세상을 들썩이게 한 대장동 사건을 특종보도했다. '화천대유는 누구껍니까'란 기사는 MB의 '다스는 누구껍니까'를 연상케 한다. 칼럼인지 해설인지 두리뭉실한 이 기사로 대선판을 흔들었다. 출고하기까지 말 못할 고충에, 용기가 필요했을 게다.
고발인, 수원시 방음터널 지원금 부당 제기
7만명 구상 신도시 10차례 설계변경 누더기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얼마 전 그를 인터뷰한 중앙지 논설위원 칼럼을 봤다. 비슷한 시기, 그가 작성한 두 꼭지의 광교신도시 관련 기사를 접했다. 웰빙타운 방음 터널 지원금과 절차상 위법성, 광교 개발이익금 사용 문제를 따져보자는 내용이다. 출처는 제보라고 한다.
제보자는 수원시청 직원은 물론 기자들도 알만하다. 지난해 시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소유한 건물이 광교~북수원 민자고속도로 건설로 소음피해가 예상되자 민원을 냈다. 벌써 십수 년 전 일이다. 무슨 까닭인지 협상은 타결되지 않았고, 지난해 방음 터널 건으로 수원시와 GH(경기주택도시공사)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열 명 넘는 공무원과 공사 임직원을 피고발인으로 적시했다. 직권남용과 배임, 권리행사 방해 혐의다.
고발장에 따르면 수원시는 민자 도로 시행사와 위·수탁 협약을 맺고 2019년 방음 터널 공사비 200억원을 지원했다. 광교초·중 학부모와 웰빙타운 주민들은 민자 도로를 원천 반대하다 지하화를 요구했다. 시는 집단민원을 의식해 방음벽 설계를 방음 터널로 변경했다. 공사비를 지원받은 시행사는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발주했다. 고발인은 시행자 부담인 공사비를 시가 지원한 것은 부당하다고 봤다. 시가 GH와 공모해 광교 개발이익금을 불법으로 썼다고 한다. 민간투자법, 지방계약법, 공정거래법, 건설기술진흥법, 지방회계법 위반이란 주장이다.
상업·주거기능 매매 개발이익금 조단위 넘어
민원인 진실 캐기… '비밀의 문' 10년 두드려
처음 7만명 아래로 구상한 광교신도시는 10차례 넘는 설계변경으로 누더기가 됐다. 정부(LH) 주도에서 탈피하겠다며 전국 처음으로 지자체 연합컨소시엄을 구성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상업시설용지는 주상복합용지로 상향됐고, 수익성 낮은 친환경 한옥마을은 흔적도 없어졌다. 글로벌 초일류기업이 들어선다던 비즈니스센터는 필지가 쪼개져 민간에 넘어갔다. 주민 10만명을 훌쩍 넘었고, 고층 아파트에 싸여 숨이 막힌다.
상업·업무용지에 주거기능을 더해 팔면서 개발이익금은 조 단위를 넘었다. 추정 이익 1조3천억원, 추가이익금 3천억원 등 1조6천억원이다. 공동시행자인 수원시, 경기도, 용인시, GH가 협약에 따라 배분한다. 수원시는 이미 청사·공공시설에 839억원, 수원컨벤션센터 건립에 2천204억원 등 5천억원 넘는 돈을 썼다. 일부는 세외수입으로 잡지 않아 행정감사나 기관 감사 대상에서 비켜서 있다.
방음 터널 공사비 지원과 광교 개발이익금 사용 관련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법원은 민원인 손을 들어줬다. 시는 여전히 숨기려 하고, 수사는 어정쩡하다. 칠순 다된 민원인은 다윗이 돼 10년 넘도록 싸우고 있다. 굴하지 않는 신념과 꺾이지 않는 용기로 '비밀의 문'을 두드린다. 압도적인 힘이라도, 진실을 감출 수 없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