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도 나흘 남았다. 각 지역의 유관기관에서는 새해맞이 타종행사 준비로 여념이 없다. 올해는 그간 중단됐던 타종행사가 다시 재개된다. 서울의 종각을 비롯해서 수원의 여민각에서 일제히 제야의 종 타종행사가 진행된다. 이런 타종행사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가.
서울시 주최로 진행된 '제야의 종'이란 이름의 타종행사는 1953년부터 시작됐으나 서울 도심에서 종을 쳐 시간을 알리는 것은 역사가 꽤 깊다. 타종을 통해 시간을 알리는 것은 조선 초기인 태조5년(1396년)부터 시작됐다. 도성의 4대문과 4소문을 여닫기 위해 치는 종을 각각 파루(罷漏)와 인정(人定)이라 했던 것이다. 파루는 새벽녘인 오경삼점(五更三點) 즉 오전 4시경에 치는 종인데 모두 33번을 쳤다. 서른 세번의 타종은 불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제석천이 다스리는 33개의 하늘에 고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반면 밤 10시경에 통행금지를 알리는 종은 인정이라고 하여 모두 28번을 쳤다. 동시대인들은 천상의 28개의 별 즉 28수(宿)가 세상에 영향을 주고 시간을 관장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말하는 수(宿)는 별자리 '수'를 뜻하는데 태양이 지나는 황도 주변의 별자리들을 가리킨다.
수도권 지역의 대표적인 타종명소는 서울의 종각과 수원의 여민각 등을 꼽을 수 있다. 타종식이 열리는 종각의 공식 명칭은 보신각(普信閣)으로 고종 32년(1895년)부터 이렇게 명명하고 불렀다. '신(信)'은 유교의 오상(五常)인 '인의예지신'에서 나온 것인데, 방위상으로 정 중앙인 토(土)가 신(信)에 해당된다. 인은 동쪽, 의는 서쪽, 예는 남쪽, 지는 북쪽을 뜻하며 이런 음양오행의 사상을 따라 사대문의 이름을 각각 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홍지문이라 지었다.
수원의 종각 즉 여민각(與民閣)은 '맹자'에 나오는 '여민동락(與民同樂)'에서 유래한 것으로 백성과 함께하고 즐기겠다는 애민정신과 통치자의 마음가짐을 뜻한다. 수원시, 수원문화재단, 수원문화원이 함께하는 이번에는 타종식과 함께 따끈한 떡국과 각종 부대행사도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마음으로 지난해의 모든 어려움과 고난은 가는 세월 속으로 떠나보내고 새로운 희망과 행복을 맞아들이는 그야말로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여민동락의 타종식이 되기를 기원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