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 토잉카(항공기 견인 트랙터)에 깔려 숨지는 노동자들

4월 이어 또 비슷한 사망 사고

27일 오전 4시 43분께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일하던 50대 남성이 항공기 견인 트랙터인 토잉카 바퀴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운행 중인 토잉카. /경인일보DB

시속 3㎞ 정도로 느리게 움직이는 토잉카(항공기 견인 트랙터)에 의해 노동자가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인천국제공항에서 또 발생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업무 과중 등이 토잉카 사고의 원인이 된다며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새벽 인천공항 T2 주기장서 발생
소속사 '한국공항'은 중처법 대상

27일 오전 4시 43분께 인천 중구 운서동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주기장에서 일하던 50대 남성 A씨가 이동 중인 토잉카 바퀴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A씨는 크게 다쳐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로 인천공항소방대에 의해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그는 한국공항(KAS) 소속으로 여객기 견인을 하던 차량에서 내린 뒤 방향을 유도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공항은 인천국제공항 등에서 수하물 탑재·하역, 항공기 급유, 항공기 정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한항공의 자회사다.
 

해당 사업장은 상시근로자 수가 50명이 넘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다. 노동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사측의 과실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공항 관계자는 "사고 원인이 밝혀지면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올해 4월에도 한국공항 소속 노동자가 비슷한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토잉카의 누유를 점검하던 30대 노동자가 바퀴와 차체 사이에 끼여 숨진 사고였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민주한국공항지부는 당시 사측에 인력 충원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작업위험 큰데 주간과 인원 같아
야간 인력 충원등 대책 마련 '늦장'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지난 10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항공사와 그 자회사 노동자들의 5년간(2017년~2022년 8월말) 산업재해 신청 건수는 총 725건으로, 이 중 677건(93.3%)이 산재로 인정받았다. 산재 유형별로는 사고(529건), 출·퇴근(105명), 질병(43건) 순이었다.

회사별로는 대한항공과 자회사(한국공항 등)가 총 414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나와 자회사(아시아나에어포트 등)가 183건, 제주항공과 자회사(JAS 등)가 39건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공항 소속으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고 있는 B씨는 "토잉카는 시속 3㎞ 정도로 천천히 움직이는 편"이라면서도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정해진 시간 내에 일을 마치려고 서두르다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야간작업은 주간작업보다 위험한데도 주·야간작업의 현장 인력은 똑같다"며 "사측이 인력 충원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민철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