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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정 여사의 기록집 '바위에 새긴 눈물, 삶으로 피어나다' 표지. /인천시 제공

"태어나 지금까지 아버지의 이름은 나의 수식어였다. 아버지의 삶이 내 생에 고스란히 포개졌으나 그 운명이 억울한 적은 한순간도 없었다. 아버지는 내 세계를 밝혀준 수원(水源)이었고 내 삶을 형성한 존재였다."

죽산 조봉암(1899~1959) 선생의 맏딸 조호정(1928~2022) 여사는 인천시와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가 지난달 30일 발간한 조 여사의 기록집 '바위에 새긴 눈물, 삶으로 피어나다' 서문에서 아버지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조호정 여사는 죽산 선생의 맏딸이자 정치 동지로서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함께 겪었다. 조 여사는 생전 기록과 구술을 정리한 이번 책이 나오기 두 달 전인 지난해 10월26일 새벽 작고했다.

인천시와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가 이번에 펴낸 책은 조 여사 기록집과 함께 이택선 서울대 정치외교학 박사가 쓴 '죽산 조봉암 평전: 자유인의 길', 죽산의 생애를 만화로 재구성한 '강화 소년 조봉암 대한민국을 세우다' 등 3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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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 조봉암 평전: 자유인의 길' 표지. /인천시 제공


'바위에 새긴 눈물, 삶으로 피어나다'는 조봉암 선생이 독립운동을 펼쳤던 상하이에서의 기억, 귀국 이후 인천에서의 학창시절, 한국전쟁 중 국회부의장이던 아버지의 비서활동, 진보당 사건 이후 사법살인을 당한 아버지의 복권을 위한 세월이 조 여사의 시선으로 고스란히 담겼다.

'죽산 조봉암 평전: 자유인의 길'을 쓴 이택선 박사는 '우남 이승만 평전: 카리스마의 탄생'(2021·도서출판 이조)을 저술하기도 했다. 이승만(1875~1965) 박사는 조봉암 선생을 가장 두려운 정치 경쟁자라고 여기고 결국 진보당 사건으로 간첩 누명을 씌워 사법살인을 했다.

한 저자가 단단히 얽힌 두 인물을 나란히 조명해 눈길을 끈다. 이택선 박사는 죽산에 대해 "얼핏 섞일 일 없어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 상이한 이념과 지역 기반, 계층, 세대에 속한 이들을 한데 모아 녹여냈던 인간 용광로, 그가 바로 죽산 조봉암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농지개혁의 주역인 조봉암 선생이 최근엔 계획경제론의 주역으로도 발굴되고 있으며, 대한민국 건설의 아버지 중 한 명이라는 위상을 부여하기 충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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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소년 조봉암 대한민국을 세우다' 표지. /인천시 제공

'강화 소년 조봉암 대한민국을 세우다'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조봉암 선생의 생애를 접할 수 있는 만화다. 인천 강화도 3·1운동, 농지개혁, 평화통일운동 등 죽산의 업적이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따라 펼쳐진다. 이번에 발간된 비매품이며 국내 도서관, 사회단체, 관련 기관 등에 배포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이 지키고 이어나갈 소중한 자산인 죽산 조봉암 선생의 업적과 정신을 담은 기념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