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2경인고속도로 대형 화재(2022년 12월30일자 1면·7면 보도=과천 방음터널 화재… 5명 사망 37명 부상)의 원인으로 지적된 방음 자재와 유사한 재질로 시공 중인 모든 방음터널 공사를 즉시 중단했다. 현재 운영 중인 방음터널도 조속히 대체 방안을 마련해 이런 사고의 재발을 막기로 했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방음터널에 사용된 PMMA(폴리메타크릴산메틸) 재질이 짧은 시간 안에 대형 화재로 번진 요인으로 보고, 이와 유사한 재질로 계획되었거나 시공 중인 모든 방음터널 공사를 즉시 중단할 계획이다. 현재 파악한 전국의 방음터널은 모두 55개다.
사고 위험 시설 점검도 예고
이와 함께 도로와 철도에 있는 방음터널 등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화재를 진압하거나 대피하기 어려운 교통시설 1천953개소에 대해서도 긴급 점검을 즉시 실시할 예정이다.
사고가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선 소화전이나 제트팬 등 방재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정황도 나타났다. 특히 시민들이 옥내소화전 위치와 사용 방법을 알았다면 큰 불로 번지지 않고 초기 진화가 가능했다는 게 소방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제트팬은 방음터널에서 오히려 화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제트팬은 공회전과 역회전이 가능하게 설정돼 있는데, 관리소가 있는 터널에선 모니터로 보고 있다가 상황에 맞게 회전을 바꿀 수 있다"면서 "하지만 상황에 맞게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오히려 연기를 확산시켜 화재를 키우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은 지난 2017년 9월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가동됐는데 소화기 70대, 소화전 35대, 비상경보설비 35대, 시각경보기 35대, 비상방송설비 35대, 비상조명등, 송수관, 비상콜센터, 제연 설비(제트팬) 등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불이 방음벽으로 옮겨붙으면서 급격하게 번지자 방재 시설들은 진화 작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교량 위에 위치한 터널이어서 대피 시설을 짓기 어려운 이유로 피난연결통로·격벽분리형 피난대비통로도 면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방재 설비가 화재를 근본적으로 진압할 수 없는 만큼 방음터널 소재를 강화유리 등 불연성 소재로 바꾸고, 대피로 확보와 신속한 구조 활동 체계를 갖추는 등 종합적인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警, 최초 발화 차량업체 압색
도로교통연구원의 '고속도로 터널형 방음시설의 화재안전 및 방재대책 수립연구(2018)' 보고서는 "접합(강화)유리는 (화재시)이를 고정하는 프레임 구속상태에 따라 깨지거나 탈락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용융(녹는)점 자체가 650℃로 높고 연소가 발생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과천 방음터널에 쓰인 PMMA의 녹는점은 224℃(인화점 280℃), PC는 230℃(〃 450℃)에 그쳐 강화유리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도로에 설치된 방재시설은 화재를 예방하는 보조 수단일 뿐"이라며 "'무작정 방음터널을 만들면 안 된다', '방음터널 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등 단편적인 해결책이 아닌 방음터널을 안전하게 만들고 이용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건 수사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DNA 감정을 통해 사망자 5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사망자 5명 중 여성은 3명, 남성은 2명이었다. 연령대는 60대 3명, 30대 1명, 20대 1명이었다. 경찰은 최초 화재가 난 집게 차량 운전자와 소유 업체 등을 전날 압수수색해 안전보건일지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원근·김준석·김동한·김산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