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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은 맹자(孟子) 등문공(騰文公) 하편, '작어기심(作於其心)'이란 말에서 유래됐다고 하나 정확하지 않다. 문헌엔 작어기심, 작어기사(作於其事)란 표현은 있으나 삼일(三日)이란 말이 없다. 후대에 '어떤 연유로 무엇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수일이 지나면서 돌연 (마음이) 바뀌게 됐다'는 의미로 변환됐다는 설에 무게가 실린다.

조선 선조 때 좌의정 류성룡이 역리(驛吏)에 명해 전국 고을에 공문을 보내라 했다. 역리는 며칠 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 화가 난 류성룡은 이를 꾸짖으며 이유를 물었다. 역리가 답했다. "우리 속담에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이란 말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위에서 저희에게 많은 업무를 지시합니다. 그리고는 며칠이 안 돼 취소하곤 했습니다. (중략) 이번에도 저희는 사흘 후에 고칠 것을 예상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선 중기 유몽인(1559~1623)이 지은 민담서 '어우야담'에 실린 일화다. 세종실록에 나오는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도 작심삼일과 같은 의미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마음을 새롭게 한다. 지난해를 허비했다고 자책하면서 올해는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헬스클럽, 필라테스, 다이어트, 금연, 금주, 건강관련 업종이 정월에 반짝 특수를 누리는 배경이다.

'연초 랠리'는 주식시장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해당연도의 시작이기도 하고 제도가 달라지기도 해 주가변동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1월엔 대체로 제약사들의 주가 흐름이 양호한 까닭도 다르지 않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만큼 건강을 더 챙기겠다는 심리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헬스클럽에 다녀보자고 결심했다면 얼마간 미뤄야 한다. 처음 며칠은 열심히 오가겠으나 보름을 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일단 1개월만 등록하기를 권한다. 덜컥 3개월이나 연간 회원증을 끊는다면 후회만 더 키울지 모른다.

작심삼일은 인간의 나약한 의지를 꼬집는다. 중국 일본에도 비슷한 속담과 경구가 있다. 설계도가 거창하면 부담만 커지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 법이다.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독서도 하면서 금연·금주를 해야 한다면 자학(自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열두 달 종주(縱走)하려면 연초가 가벼워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