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301000132100005791

아파트는 공동주택의 대명사다. 오늘날 아파트 같은 대형 공동 주택의 역사는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슐라(insula)라고 해서 다층 다세대 주택이 있었던 것이다. 인슐라는 1층에는 상점이 들어섰으며, 2층에는 귀족 등의 부유층이 그리고 3층과 4층에는 돈이 없는 가난한 이들이 살았다. 심지어 인슐라보다 앞선 공동주택의 흔적이 발견되는데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가 그것이다. 신전인 지구라트는 거대한 계단형 탑으로 조성되었는데, 여기에도 주거형태가 있기에 지구라트를 아파트의 기원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아파트의 활성화는 도시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1839년 미국 뉴욕에 이민자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지은 테너먼트(tenement) 같은 다층 다세대 임대 주택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들어선 것은 1932년 일제강점기 때인데, 서울 충정로에 5층 규모로 지어진 유림아파트가 이 땅에 들어선 최초의 근대식 아파트였다. 이와 비슷한 시기 목조아파트도 있었는데, 총독부가 지은 4층짜리 목조건물인 풍전아파트도 있었다. 해방 후 우리 손으로 세운 최초의 아파트는 1956년 을지로 4가와 청계천 4가 사이에 들어선 중앙아파트다.

주택으로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서울이 62.4%로 가장 높고, 전국적으로는 우리 국민 61.4%가 아파트에서 산다. 아파트는 작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야 하는 대도시 중심의 현대사회에 최적화한 주거 방식이다. 편리성과 보안 그리고 관리의 측면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고금리에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아파트 시세가 급락하고 있다. 연말 기준 세종시가 16.74%, 대구시가 11.91%, 인천시가 11.81%, 경기도가 9. 61%, 서울시가 7.2% 떨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파트가 재산의 거의 전부인 서민들 입장에서는 아파트값이 폭등해도 문제고, 너무 떨어져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세심하고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이 필요하다. 삼정이 문란하던 시대 옛날 우리 조상들은 환곡(還穀)으로 평생을 시달렸다. 오늘날 우리 서민들 입장에서는 아파트 대출금이야말로 평생 삶을 짓누르는 현대판 환곡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