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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인하대학교가 올해 1학기부터 논문 대체 창업트랙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창업활동을 평가해 석사학위를 수여한다는 것이다. 석사 학위에 한해 학칙에 따라 학위논문을 대체할 수 있는 법을 적용한 국내 최초 사례라 한다.

논문은 학문의 세계에서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논문을 쓴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내가 볼 수 있는가 내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방법') 학자는 자신의 학문적 능력을 논문으로 인정받고 유지하고 전수한다. 논문의 생명은 정직이다. 표절과 조작은 죄악이다. 학자에게 논문은 성경만큼이나 신성하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논문은 표절과 조작의 상징이 됐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사태가 결정적 계기였다. 줄기세포 연구로 젖소 영롱이를 복제했다는 황씨를 나라와 국민은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로 확신하며 영웅으로 떠받들었다. 하지만 2005년 인간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는 논문이 조작으로 밝혀지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황우석 사태로 대학과 학계는 논문 표절, 조작에 대한 검증을 강화했다. 전문적인 논문 표절 검사 프로그램(카피 킬러)도 등장했다. 유탄이 엉뚱하게 정치권으로 튀었다. 표절로 얼룩진 석·박사 정치인들의 논문들이 속속 적발된 것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논문 표절 시비를 피해 간 후보자들이 드물 정도였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김명수 전 사회부총리도 표절 시비에 걸려 취임 직후 사퇴했다. 논문 표절로 망신을 당한 정치인, 공직자, 학자들을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다.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2005년 행정학 석사 논문 '지방정치 부정부패의 극복방안에 관한 연구'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이 후보는 표절을 인정하며 해당 대학에 "제발 (논문을) 취소해 달라"고 사정했다. 민주당은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부인 김건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으로 맞불을 놓았고, 논란은 진행형이다.

인하대의 '논문 대체 창업트랙'은 엄격한 심사를 통과할 정도의 창업계획이라면, 해당 분야의 석사급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일 테다. 정치인들도 표절한 석·박사로 선거용 이력을 치장하기 보다는 큰 정치와 바른 정치로 명예박사를 받는 것이 그야말로 명예롭겠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