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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간판 투수 클래이턴 커쇼(34)는 경이로운 궤적의 커브볼을 구사한다. 칼날 제구력으로 상하좌우 구석을 찌른다. 폭포수 같은 낙차와 빼어난 컨트롤에, 타자들은 알면서도 당한다. 다저스 프랜차이즈 스타로, 2011~2014년 4년 연속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세 차례 사이영상과 월드시리즈 우승, 리그 최우수선수상(MVP) 등 이미 전설이 됐다.

LA 에인절스 투수이자 타자인 오타니 쇼헤이(28)는 투·타 겸업이란 불가능을 넘어선 초인(超人)이다. 선발 투수 겸 지명타자, 외야수로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 정상을 모두 밟았다. 2021년 아메리칸리그 MVP에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지난해 베이브루스 이후 104년 만의 10승-10홈런,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15승-30홈런 및 규정 이닝+규정 타석 동시 달성 등 진기록을 달성했다.

오는 3월 개막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경기에 미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커쇼와 일본 대표팀 오타니가 나란히 출전할 전망이다. 벌써 야구팬 가슴을 뛰게 하는 충분하고 당연한 이유다. 미·일이 예선을 거쳐 4강에 오르면 인간계를 넘어선 두 거인(巨人)의 투타 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WBC에 참가하는 우리 대표팀 선수 명단이 발표됐다. 최지만(피츠버그), 김하성(샌디에이고) 등 현역 메이저리거 3명이 포함됐다. 2루 부문 골든글로브 수상자인 한국계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도 합류해 내야의 안정감을 더했다. 재활 중인 류현진(토론토)이 빠져 아쉽지만, 메이저리거 김광현(SSG)과 마무리 고우석(LG) 등 최강 전력을 선발했다는 평이다.

2007년 출범한 WBC는 최강 미국과 일본이 최정예가 아닌 유망주 위주로 대표단을 꾸리면서 김빠진 축제가 됐다. 하지만 올해는 각국이 최상 전력으로 출전하게 돼 야구 월드컵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다. 20개국이 예선리그에 참가하는데, 미·일 외에도 쿠바, 베네수엘라, 캐나다 등 전통의 강호들이 총출동한다.

한국은 첫 대회 4강에 올랐으나 지난 대회 예선 탈락했다. 전력도 예전만 못하다고 하나, 이강철 감독은 '위기가 기회'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투수 놀음이라는 야구는 전력만으로 승패를 예단할 수 없다. 4강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높으나, 공은 둥글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