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노동'의 아픈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일단 취업자가 적다는 점이다. 이는 연령과 성별을 구별해야 정확히 볼 수 있다. 한국 남성의 고용률은 20~29세까지 OECD 최하위권에 머물다가 30~34세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35~64세에는 상위권에 자리한다. 여성의 경우 중하위권에 있던 20~24세의 고용률이 계속 하강하여 25~59세 동안 줄곧 하위권을 맴돌고 특히 35~44세 구간에는 최하위권에 그친다. 여성 고용률은 60~64세에 이르러야 중상위권에 오르는데 65세 이상은 남성과 더불어 OECD 1등이다. 낮은 청년 고용률과 빈약한 노후 복지의 여파인 OECD 최고의 노인 고용률도 심각한 문제지만, 수치로 보면 여성을 활용치 못하는 고질병이 무엇보다 위중하다.
35~44세 女 고용률 'OECD 최하위'
많은 개선불구 저임금 여전히 많아
'K-노동'의 또 다른 취약점도 여성노동의 문제이다. 정말 많이 개선되었음에도 저임금이 여전히 너무 많다. 고졸 이상 여성 가운데 100만원 미만의 초저임금 일자리 종사자가 87만명에 달하고 100만~200만원의 저임금 일자리 종사자는 185만명에 이른다. 한국의 여성 저임금 비율(중위임금의 3분의 2 이하)이 OECD 하위권인 이유다.
이들 저임금 여성에 더해, 앞서 보았듯 노동시장에서 자의 반 타의 반 물러난 여성들이 매우 많다. 한국의 20~64세 여성은 OECD 여성 고용률 상위 10개국의 평균에 비해 270만명이나 노동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200만원 이하의 저임금 여성 270만명을 더하면 무려 550만명에 달하는데 이는 생애소득이 현저히 적은 여성이 무척이나 많다는 뜻이다.
성장하지 못한 한국의 여성 노동은 'K-노동' 최악의 고질병이라 일컬어지는 '이중 노동시장'이나 '과도한 호봉제'와 맞물려 돌아간다. OECD에서 임금격차가 가장 작은 12개국은 지난 수십 년간 상하위 10%의 격차가 3배 미만으로 유지돼 왔다. 이 중 8개국은 20~64세 여성 고용률이 상위 12등 안에 들어간다. 또 이 가운데 7개국은 여성 저임금 비율이 가장 낮은 그룹이고 스위스만 중위권에 위치한다. 여성 고용률이 가장 높은 동시에, 여성 저임금 비율이 가장 낮다면 전체 임금 격차가 최소로 작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과 정반대의 양상으로, 양호한 소득을 버는 여성이 많은 상황에서 과도한 고임금을 추구할 요인이 상당 부분 억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곧 이중 노동시장이나 급격한 호봉제의 문제가 크게 해소돼 있다는 말과도 같다.
적정한 생애소득 확보 여성 많아져
고질병 해결할 교두보 마련해야
노동시장 개혁 늦었지만 우리 목표
지금이라도 한국이 얻어야 할 교훈은 노동시장을 통해 적정한 생애소득을 확보하는 여성이 충분히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K-노동'의 고질병을 해결할 교두보를 확보함은 물론, 가장 바람직한 모습의 우리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예컨대, 상기에서 언급한 상하위 임금격차가 가장 작고 여성 고용률이 가장 높은 8개국은 '세계 행복보고서'에서 2012년 이래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높은 여성 고용률과 낮은 여성 저임금이 조합된 노동시장이 삶 전반에 지대하면서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기업 규모와 근속 연수가 임금 불평등의 최대 요인 두 가지이다. 지불 능력이 있는 사업장에서 급격한 호봉제가 작동하며 과도한 임금 격차를 불러온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노동 선진국들을 보건대 기업에 지불 능력이 있다고 해서 꼭 한국 수준의 고임금 호봉제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대단한 고임금을 혼자 벌지 않아도 무방한 여건 속에서 만들어진 임금 구조이다. 여성과 남성이 생애 지속적으로 평균 임금 언저리의 소득을 함께 벌 수 있다면 호사스럽진 않더라도 어엿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 이런 삶이 사회의 최저선이 되도록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것이 늦었지만 우리의 목표가 돼야 한다.
/장제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