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째 요격을 못한(어려운) 이유다. 탐지가 안 되니 애초부터 타격은 어렵다. 또 탐지했다 해도 도심 상공에서 요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민간인 피해가 빤한 상황에서 무인기를 잡자고 무턱대고 쏴댄다는 건 웬만한 강심장 아니면 어렵다. 사건 발생 직후라서, 또는 군 입장에서 옹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게 공감됐다. 물론 이런 해명이 모든 의문을 일소시키지는 않는다. 나아가 책임이 덜해지는 것도 아니다. 국가안보는 국민의 생명, 재산과 직결된 만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탐지 안돼 애초부터 요격 쉽지않아
정부 책임 있지만 野 정치적 목적화
북에서 출발한 무인기 5대가 해를 넘겨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무인기는 현 정권과 전 정권 사이 첨예한 책임 공방을 불렀다. 또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대립을 격화시켰다. 나아가 군 기강 해이와 문책론까지 대두했다. 급기야 정부는 9·19 군사합의 파기를 만지작거리며 남북관계는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1차적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지만 야당 또한 정치적 목적에서 사안을 키우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보자면 값싼 무인기 몇 대로 남한사회를 한껏 흔들어 놨다. 가성비 뛰어난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셈이다.
무인기 침범 이후 군 당국이 보여준 대응은 불신을 키웠다. 5일 군은 "무인기 1대가 비행금지구역(P-73) 끝을 스치듯 지나간 항적을 뒤늦게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P-73은 대통령실과 국방부를 중심으로 반경 3.7㎞에 달하는 구역이다. 앞서 합참은 P-73 침범 주장과 관련, "근거 없는 이야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부인했다. 그런데 1주일 만에 번복했다. 또 "대통령실 촬영은 불가능하다. 구글 이상 유의미한 정보는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은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앞서 언급한 군 장성 말대로라면 국민들에게 정확한 실상을 알리고 후속 조치를 세워야 한다. 그런 뒤라야 합동드론사령부 창설 주장도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구글 이상 유의미한 정보는 얻을 수 없다"는 자기위안은 궁색하다. 합참 공보실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1955년 1월21일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 300m 부근까지 접근했다. 청와대가 뚫린 건 아니지만 위협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조차 "담당기관, 부서와 협의해 보겠다"고 했다. 이런 정도도 소신껏 답하지 못하는 군이라면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軍 "단순한 실수" 해명 용납 어려워
국민들에게 '쉬운언어'로 설명해야
북한 술수에 흔들린다면 '하수' 인생
침투 상황을 설명하면서 50년 전 지도를 꺼낸 해프닝도 어설프다. 군은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용납하기 어렵다. 지난 5일이면 북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휘젓고 돌아가 안보 불안감이 증폭하던 때다. 국민을 상대로 하는 국회 국방위원회에 수 십 년 전 지도를 들고 나왔다는 건 기강 해이다. 현 군사기술 수준으로 무인기 탐지와 요격은 어렵고,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은 국정원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또 오래 전 지도를 내놓는 군이라면 심각한 상황이다. 전 정부에 책임을 돌리고 북과 내통을 주장하는 정부여당도 마찬가지다.
"9·19군사 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 또한 현명한 대응은 아니다. 비록 잇단 북의 도발 때문에 위기에 처했지만 9·19 군사합의는 평화를 위한 디딤돌이다. 아마 북은 무인기 5대로 좌충우돌하는 우리를 보면서 웃고 있을지 모른다. 이제라도 군은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 야당에게 말꼬리를 잡힐까 전전긍긍하는 대신 쉬운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북한 술수에 흔들린다면 하수(下手)다.
/임병식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前 국회 부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