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경성 중심가에 백화점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포목과 잡화를 팔던 오복점(吳服店)이 대형 쇼핑점으로 변신한 것이다. 미쓰코시(三越), 조지야(丁子屋), 미나카이(三中井), 히라타(平田) 백화점이 각축을 벌였는데, 죄다 일본 자본이었다. 그중 미쓰이(三井) 재벌의 미쓰코시는 일본 동경 긴자거리에 본점을 둔 출장소로, 일본인과 조선인 상류층만 드나드는 명품점이었다. 신세계 백화점의 전신이다.
미쓰코시는 1930년대 후반 인천에도 진출했다. 2층 건물인 야마모토 포목점을 확장한 것으로, 국내 출장소는 인천이 유일했다. 위치는 인천항 개항 이후 일본인이 밀집해 살던 지역의 중심상가 사거리였다. 경성 상류층이 백화점을 드나들며 부(富)를 과시했던 것처럼, 인천에서도 일본인과 내국인 상류층의 소비 해방구가 됐을 터이다. 해방 후 서울 미쓰코시가 동화백화점으로 바뀌면서 인천출장소도 동화백화점이 됐다. 현주소는 중구 중앙동 3가 2-2로, 마트와 통닭집이 입점해 있다.
인천시가 미쓰코시 백화점 등 중·동구에 산재한 근대 건축물 4개소를 기록화한다. 오랜 역사를 품은 건축자산의 가치와 의미를 기록화하고 소멸을 막아 후세에 보전하자는 취지에서다. 건축자산이란 문화재는 아니나 사회·경제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을 말한다. '가와바타 창고', '이십세기 약방', 해안성당 교육관이 함께 선정됐다.
시는 건축물의 재료와 구조, 설계를 꼼꼼히 살펴보기로 했다. 지난해 말 시작된 상세조사는 오는 6월께 마무리된다. 3D 스캔 기법을 활용한 아카이브 작업을 통해 건축자산에 담긴 이야기와 가치를 기록으로 남기게 된다. 원형을 살리되, 카페나 개인미술관 등으로 활용하도록 도와 건물주들의 자발적인 보전 노력을 유인한다는 구상이다.
인천은 대한민국 근대화의 상징 도시다. 열강에 처음 문을 연 인천항은 수탈과 교역이 맞물리는 영욕의 산증인이다. 붉은 벽돌로 무장한 가와바타 창고는 철물점 용도로, 중구청 앞 적산가옥 거리의 대표 건축물이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마름모 창문 등 독특한 양식으로 눈길을 끈다. 차이나타운에서 자장면을 먹고 이웃한 적산 거리에 서면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을 짐작할 수 있다. 구(舊)시가지엔 이런 자산이 500여 개나 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