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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실장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페이스북 발언이 심상치 않다. 솔직하고 거침없이 현실 정치를 도발한다. 지난 연말 여야가 합의한 새해 예산안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지역화폐 예산 축소를 "서민, 소상공인, 자영업자 방한복 벗기는 일"이라 했다. "법인세 1%p 감세로 투자를 늘린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새해 예산을 "정치적 흥정으로 민생예산과 정치예산을 주고 받은 합의"라며 "부끄럽다"고 여야 모두를 돌려찼다.

연초엔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검토', 국회의장의 '선거법 개정 방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바로 '우리 정치의 판을 바꾸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이 단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의 현안 참여 발언은 당과 진영과 정파의 경계를 넘나든다. 핼러윈 참사에 책임져야 할 윤석열과 중대선거구제 정치개혁을 강조한 윤석열을 구분한다. 비판과 지지의 기준은 '김동연', '김동연 다움'이다. 실체는 여야를 초월해 인정받은 합리적이고 통섭적인 인품과 업적이다. 지난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나는 이재명이 아니라 김동연"이라고 독립선언한 이유가 새해 들어 뚜렷해졌다. 정치를 시작한 이유, 김 지사는 정치교체에 시동을 걸었다. 


대통령 상대 거친 비판·흔쾌한 지지 '각인'
정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확대 밀어붙여


청신호가 켜졌고 김 지사만의 정치 교차로가 열렸다. 친정인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의 공간이 위축됐고, 집권 2년 차 윤석열 대통령은 독단적 정치력의 한계를 의심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극렬 지지층이 떠받드는 특권 정치의 세습 구조에 머물러 있다. 정치판을 싹 갈아엎어야 한다는 민심의 열망은 유효하고 더욱 간절해졌다. 정치교체가 김 지사만의 꿈이 아니라 대중의 염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래도 진영과 정파의 대안 1, 2, 3의 하나로는 정치교체의 주역으로 서기 힘들다. 대중은, 무정파 중도 대중은 위대한 조정자를 원한다. 상식과 이성으로 비판과 지지를 융합하는 조정자, 정치혐오 대중이 꿈꾸는 이상적 지도자이다.

대안 권력의 크기는 상대하는 권력의 규모에 비례한다. 김 지사는 이재명이 아니라 윤석열의 대안으로 성장하려 한다. 정권을 향한 비판은 야당답다. 핼러윈 참사에서 국가부재를 목격하고, 한동훈 홀로 활약하는 검찰공화국의 폐단을 염려한다. 김경수를 깍두기로 삼은 대특사를 반통합 행위로 규정했다. 동시에 합리적 지지를 머뭇대지 않는다. 중대선거구제 개편은 정치교체의 출발점으로 지지했다. 명분은 분명하다. 이재명과 민주당이 대선 때 합의한 정치개혁 약속이다. 같은 얘기를 대통령이 한다고 물리칠 명분이 없다. 김동연 정치에 내로남불은 없다는 우회 선언이다. 김 지사는 대통령을 상대로 거친 비판과 흔쾌한 지지를 오가며 대중에게 '김동연 정치'를 각인시킨다.

道는 환영… 민주당은 '대기업 특혜' 미온적
친정 설득 나설때다… 페북 아닌 발로 뛰어야


2% 부족하다. 페이스북 정치의 한계다. 견해와 입장의 표명만으로는 대중 전체를 포섭할 수 없다.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흩어지니 '온리 원'(only one)으로 주목받기 힘들어서다. 본격적으로 정치교체 행보에 나섰다면 절대반지, 경기도지사직을 제대로 쓸 때가 됐다. 경기도는 작은 대한민국이다. 비판과 협력을 통해 정부와 충분히 어깨를 견줄 수 있다. 그 과정을 통해 김동연 정치의 진면목을 이슈의 전면에 세울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김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법인세 1%p 인하를 비판했다. 대중의 기억에서 벌써 사라졌다. 기회가 다시 왔다. 정부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확대를 다시 밀어붙이고 나섰다. 대한민국 반도체 부가가치의 83%를 생산하는 경기도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민주당은 대기업 특혜라 미온적이다. 김 지사가 정부안을 공식 지지하고 친정 설득에 나서는 정책 행보를 결행하길 권한다. 눈 앞의 이해관계에 매몰된 긍·부정 반응으로 논란이 무성해질 테다. 논란의 크기만큼 김 지사가 자기 정치를 설명할 공간이 늘어난다. 뒷담화로 사라질 페이스북에서 벗어나 육성의 공간에서 발로 뛰어야 한다. 김동연의 정치교체는 누가 뭐래도 맞다. 다만 정치교체의 주역이 김동연인지는 이제부터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