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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협력업체 노동자를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기소된 카허 카젬 전 한국지엠(GM) 사장이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3.1.9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노동자 불법 파견 혐의를 받고 있는 카허 카젬 전 한국지엠 사장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했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곽경평 판사는 9일 선고 공판에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지엠 카허 카젬 전 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법인인 한국지엠 주식회사에는 벌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나머지 한국지엠 전·현직 임원과 협력업체 운영자들에겐 벌금 200만~7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카허 카젬 전 사장 등은 2017년 9월1일부터 2019년 12월31일까지 24개 협력업체로부터 노동자 총 1천719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2020년 7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한국지엠 부평·창원·군산 등 공장 3곳에서 일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파견법상 금지된 자동차 차체 제작, 도장, 조립 등 '직접 생산 공정'에 참여했다고 보고, 카허 카젬 전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관련 법상 근로자 파견은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 업무를 제외하고, 전문 지식이나 업무 성질 등을 고려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에 한해 허용되고 있다.

카허 카젬 전 사장 측은 당시 법정에서 "한국지엠의 도급 형태는 현대적인 자동차 산업 표준을 따랐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카허 카젬 전 사장 등의 노동자 불법 파견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곽 판사는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 시간과 방식 등은 한국지엠의 차량 생산계획에 따라 결정됐다. 이는 노동자 파견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업무는 대부분 단순·반복 작업으로, 전문성이나 기술성이 필요한 작업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곽 판사는 "불법 파견 행위를 엄격히 제재하지 않으면 간접고용이 확대되고 수많은 노동자가 고용 불안 등에 시달릴 수 있다"며 "사건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법 파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표이사 등이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다만 "사건 이후 한국지엠이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 명을 직접 고용한 점, 장기간 진행된 재판에 성실히 참여한 점, 피고인들이 현재 직위를 맡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지엠 부평 비정규직지회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른 불법 파견 판례를 볼 때 실형이 나오지 않은 것에 의문"이라며 "이런 판결로는 대한민국의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올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