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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시속 145㎞의 '눈 폭탄'이 미국 중부 이북 지역을 강타했다. 미국 인구의 70% 이상인 2억4천여 명이 혹한에 시달려 최하 64명이 사망했다. 180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으며 수천 편의 항공기가 결항되었다. 미국 북서부 몬태나주의 산악지방은 12월24일 기온이 최저 영하 46도로 급강하하고, 캐나다 북서부에서는 영하 53도를 찍는 지역도 나왔다.

기상학자들은 북극 주변을 맴도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덩어리인 '극소용돌이'가 북미 대륙으로 남하한 탓으로 진단했다. 극소용돌이는 북극에 햇빛이 거의 도달하지 않는 겨울철에 가장 강해지고 차가워진다. 정상적인 경우 극소용돌이는 지상 10㎞의 대류권 상층부에서 부는 강한 편서풍인 제트기류에 갇혀 남하하지 못하고 북극 주변에 머문다. 그러나 제트기류가 약화되어 아래로 늘어지면, 제트기류를 따라 극소용돌이도 함께 남하하면서 북반구에 극한의 냉기가 엄습한다. 극소용돌이의 이동속도가 빨라지면 극소용돌이의 차가운 공기에 노출된 지역에서는 수 시간 내에 기온이 수십 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이상기후는 극소용돌이가 제자리로 돌아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수 주일 동안 계속될 수도 있다.

지구온난화 전세계 기상 재난 갈수록 빈발
세계 최대 석탄 소비 中, 코로나로 경제 주춤


극소용돌이의 남하 원인에 대해 과학계에서는 아직 일치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했다. 지배적인 학설이 미국 위스콘신대 기후과학자 스티브 바브러스 박사가 주장한 북극지방의 온난화가 극소용돌이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북극 온난화와 제트기류 간에 상관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종교계에선 기상현상을 신(神)의 영역으로 간주하고 과학의 접근을 불허했지만 분명한 사실은 가뭄, 폭우, 혹서, 폭설, 혹한 등의 기상재난이 갈수록 빈발하며 지구온난화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온도는 평균 0.6도 상승했다. 과거 1만년 동안의 상승 폭이 1도 내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100년 동안의 기후변화는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영국의 저명 과학저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2011년 1월호에 실린 캐나다 빅토리아대와 캘거리대의 공동연구는 기후변화 추세가 앞으로 최소 1천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진단하며 온실가스 감소 노력을 주문했다.

근래 들어 글로벌 석탄 소비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작년 12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작년도 전 세계 석탄 소비량이 사상 최대인 것으로 결론을 냈다. 지난해 석탄 수요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 7%의 인도가 1위이며 2위는 증가율 6%의 유럽연합(EU)이 차지했다. 친환경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독일이 원전 10기에 해당하는 석탄화력발전 10GW(기가와트)를 재가동했으며 영국 정부는 30년 만에 신규 탄광개발을 허가했다. 석탄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며 골칫거리로 취급되었다.

올 경기둔화 징후… 생산 늘려 경기회복 시도
팬데믹 동안 한국의 봄날은 쾌청했었는데…


세계 최대의 석탄 소비국인 중국에서는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규제로 경제활동이 주춤하면서 작년에는 석탄수요가 0.4%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의 전력난에다 올해 들어 경기둔화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중국정부는 저렴한 석탄생산 및 수입을 늘려 경기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위드 코로나19'로의 전환은 설상가상이다.

IAEA는 전 세계 석탄 소비가 오는 2025년까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탄 소비가 늘면서 석탄발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예정이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을 기점으로 세계 각국의 에너지정책과 투자를 이끄는 기준이 '탄소 감축'에서 '에너지 안보'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설정했던 탄소중립 목표 손질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11월1일 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정상회의에서 기존에 한국이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26.3%에서 40%로 대폭 상승을 공언했다.

올봄의 중국발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봄날은 근래 드문 쾌청을 유지했었는데.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